[고전산문] 옛사람의 찌꺼기
제나라 환공이 대청 위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뜰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던 윤편이라는 목수가 망치와 끌을 놓고 올라와서 환공에게 물었다. “임금님께서 읽고 계신 것에는 무엇이 쓰여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환공이 말했다.
“성인의 말씀이시다.”
“성인은 살아 계신 분입니까?”
“이미 돌아가신 분이다.”
“그렇다면 임금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이겠습니다.”
이에 환공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것에 대해 수레바퀴나 만드는 자가 어찌 논의하느냐? 올바른 근거가 있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죽여버리겠다.”
윤편이 말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을 미루어 그것을 헤아린 것입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엉성히 깎으면 헐렁해져 견고하게 되지 않고, 꼼꼼히 깎으면 빠듯해져 서로 들어맞지 않습니다. 엉성하지도 않고 꼼꼼하지도 않게 하는 것은, 손의 감각과 마음이 서로 호응하여 결정되는 것이지 입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거기에 어떤 법칙이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저는 그것을 저의 아들에게 가르쳐 줄 수가 없고, 저의 아들 또한 그것을 저에게서 배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나이 칠십이 되도록 수레바퀴를 깎고 있는 것입니다. 옛 사람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의 정신은 함께 죽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니 임금님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들의 찌꺼기일 것입니다.”
- 장자(외편) 제13편 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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