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해야 한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화려하고 엄숙한 옷을 차려 입고 공자를 뵈었다. 이 모습을 본 공자가 말했다.
"유(由)야! 이렇게 성대하게 차려 입은 이유가 무엇이냐? 예전에 강수(江水)는 민산(岷山)에서 나와서 그 처음 출발할 때, 그 근원에서는 겨우 술잔 하나를 띄울 수 있는 냇물이었다. 그러나 그 강물이 강나루에 이르면, 배를 나란히 놓아둘 수가 없고, 바람도 피하지 못하며, 가히 건너 갈 수가 없다. 이는 아래로 흐를수록 물이 많아서가 아니겠느냐? 지금 너의 의복은 화려하고, 그 화려한 의복으로 인하여 얼굴빛은 기쁨으로 가득하니, 천하에서 또 누가 즐거이 너에게 간하겠느냐?"
자로가 급히 나가서, 옷을 갈아 입고 들어 왔는데도, 늠름한 모습이 그대로였다. 이에 공자가 말하였다.
"내가 말한 바 그 뜻이 무엇인지를 너에게 설명해주리라. 말에 분발하는 자는 떠들썩하고, 행동에 분발하는 자는 과시하고 자랑하는 법이다. 하지만 아는 것이 얼굴에 나타나면 능력이 있어도, 소인(小人)일 뿐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해야 한다. 이것이 말의 요체이다. 능한 것을 능하다 하고, 능하지 못한 것을 능하지 못하다고 하는데, 이것이 행동의 지극함이다. 말에 요체가 있으면 아는 것이고, 행동이 지극하면 인(仁)한 것이다. 이미 알고 또 인(仁)하면, 대저 무엇이 부족함이 있겠느냐?"
-순자(荀子), 자도편(子道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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