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문장의 4가지 폐단 / 홍석주
사람의 말로써 표현되는 것, 즉 문장(文, 문채, 무늬)은 하늘과 땅이 본연의 선명한 무늬(文彩)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마음속에 정(情)이 없는 사람은 없다. 마음에 담긴 정(情)은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다. 정(情)이 드러나 겉으로 표현된 것이 말이다. 표현된 말은 그 뜻이 전달되지 않을 수 없다. 표현된 말의 뜻이 전달되면 그것이 곧 문장이 된다. 그러나 그 말이 조리 있게 질서를 갖추지 않으면 문장이라 할 수 없다. 말이 부족하여 사람들이 그 뜻을 분명하게 알 수 없는 것, 이 또한 문장이라 할 수 없다. 말이 전해져도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살펴볼만 한 것이 없다면, 이 역시 문장이라 할 수 없다.
말을 신중하게 삼가지 않아 사람의 마음을 산만하게 하는 것, 말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그 뜻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말에 과장이 많아 감정을 흩트리고 흔드는 것, 말이 번잡하고 잡다하여 그 의미를 모호하게 미혹하는 것, 이것이 문장의 네 가지 폐단이다. 군자는 이러한 글들을 가리켜 문장이라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성현의 글에서, 전모(典謨)는 그 말을 간단히 하고, 훈고(訓誥)는 그 말을 장엄하게 하며, 아송(雅頌)은 그 소리를 바르게 하고, 계사(繫辭)는 그 뜻을 자세히 하니, 조리가 산뜻하고 단순 명료하다. 때문에 한결같이 뛰어나게 눈부신 문장을 이루고 있다. 이는 오직 그 근본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움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른바 ‘새기고 다듬고 꾸며내어 만든 것(彫鎪刻鏤 조수각루)'이 아니다. 오직 평범하면서 간략하고 간결하고도 쉬울 뿐이다. 하지만 지극히 쉬운 가운데에도 지극히 어려운 것이 존재하는 법이다. 이 때문에 단순하고 쉽다고 해서,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세상의 군자들이 한갓 문장(文)만을 추구하지 않고, 그 근본되는 것을 연구한다면 아마도 이에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홍석주(洪奭周, 1774~ 1842), '원문(原文)' 부분, 『연천집(淵泉集)』 /학해(學海)권3-
▲참고: 번역문은 홍석주 산문에 관한 여러 논문에서 인용된 조각글들을 비교 참조하였다. 맥락상 쉽게 이해되지 않는 번역들이 많아서 나름 재해석하고 이해하는 글로 다시 풀어서 옮겼다. 참고로 전모(典謨)와 훈고(訓誥)는, 서경(書經)에 특징적으로 사용된 4가지 문체로 전(典), 모(謨), 훈(訓), 고(誥)를 말한다. 여기에다가 서(誓)와 명(命)을 더 하여 서경의 육체(六體)라고 한다. 아송(雅頌)은 시경(詩經)의 문체, 계사(繫辭)는 주역(周易)의 문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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