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고전산문] 대추나무 가시끝에 조각하기 / 한비자

어떤 송나라 사람이 연왕에게 찾아와 간청하기를, 대추나무의 가시 끝에 암컷 원숭이를 조각하여 연왕에게 바치겠노라 하였다. 다만 나무 가시끝에 조각된 원숭이를 볼려면, 3개월 동안 목욕재계를 해야 볼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연왕은 나무 가시끝에 조각된 원숭이를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연왕은 그에게 3승의 땅*을 하사하였다. 연왕을 가까이서 섬기는 궁궐의 대장장이가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연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군주가 열흘 동안이나 목욕 재계하며 연회를 열지 않은 일을 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왕께 장담한 그 송나라 사람이 3개월동안 몸과 마음을 깨끗히 하는 기한을 정한 까닭은, 임금님께서 그토록 오랫 동안 재계하면서까지 쓸모 없는 물건을 구경할 생각은 못할 것이라 미리 짐작하였..

[고전산문] 술집을 지키는 사나운 개와 사당의 쥐 (酒拘社鼠) / 한비자

송나라에 술을 파는 자가 있었다. 사람이 정직하여 술의 양과 질을 속이지 않고 매사에 공정하고 정확하였다. 손님을 대할 때에도 매우 공손하여 술 맛을 더욱 좋게 만들었다. 자신이 파는 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깃발을 매우 높게 달아 사방에서 깃발이 뚜렷이 보였다. 그러나 오래도록 술이 팔리지 않았고, 결국 술이 식초처럼 쉬어버리고 말았다. 술집 주인은 그 이유를 괴상히 여겼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마을의 장로 양천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양촌은 이내 대답하기를, 엉뚱하게도 "너의 개가 사납다. "라고 하였다. 주인은 "아니 내가 키우는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안팔리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다시 물었다. 그러자 양촌은, "사람들이 무서워해서 그렇다. 어떤 사람이 어린 자식으로 하여 호리병..

[고전산문] 엉터리를 가려내는 방법

제나라 선왕이 악공들에게 피리를 불게 할 때면 항시 300명을 합주하게 했다. 성밖 남쪽에 살고 있는 풍각쟁이들이 왕을 위해서 퉁소를 불겠다고 나서게 되자 선왕이 기뻐하며 쌀을 주어 초청을 했더니 피리 불 사람이 수 백 명이나 되었다. 세월이 흘러 민왕이 군주가 되었는데 독주를 좋아했다. 그러자 퉁소를 불던 자들이 모두 도망치고 말았다. 그들 가운데 엉터리가 많았던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한나라의 소후가 이렇게 말했다. “피리를 부는 자는 많은데 누가 잘 부는지 알 수 없구나.” 전엄이 말했다.“한 사람씩 불도록 시켜보십시오.” - 한비자 제30편 내저설(상)- ※글출처: 옛글닷컴

[고전산문]여도지죄(餘桃之罪 ): 먹다 남은 복숭아를 먹인 죄

위나라 왕의 측근 중에서 특별히 왕의 총애를 받는 미자하(彌子瑕)라는 잘생긴 소년이 있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이 나서 위독하다고 미자하에게 알려 주었다. 어머니 걱정에 초조해진 미자하는 왕의 수레를 타고 급히 나갔다. 왕의 명이라 속인 것이다. 그런데 위나라의 법에 왕의 수레를 몰래 탄 자는 월형(刖刑)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다. 월형은 톱으로 한쪽 혹은 양쪽 다리의 종아리 아래 부분을 잘라 걷지 못하게 하는 끔찍한 형벌이다. 이 사실을 곧바로 알게 된 왕은 오히려 미자하가 착하고 어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미자하는 진정 효자로구나. 어머니를 위하느라 월형의 죄를 범하는 것도 잊었으니 말이다.” 어느 한 날은 왕을 수행하며 함께 과수원을 산책했다. 잘익은 복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