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호랑이는 깊은 산속에 살아서 사람들이 쉽게 보기 어렵다. 옛날 책에서 대개 말하기를 “호랑이의 씩씩하고 괴이함이 악귀와도 같다”고 했고, 여러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건장하고 걸출한 사나운 호랑이의 모습만 부각시킨다. 나는 ‘세상에 어떻게 이처럼 울부짖는 기이한 동물이 있을 수 있는가?’라고 생각했다.


신유년(혜환 34세 때) 광주(廣州)에서는 사나운 호랑이 때문에 골치를 앓아 관에서 호랑이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을 모집하여 상을 주었다. 사냥꾼 아무개가 연거푸 호랑이 여러 마리를 죽이자, 형님인 죽파공(竹坡公,이광휴)이 그 소식을 듣고는 후한 값을 치르고 황화방(皇華坊,현재의 정동井洞) 집으로 가져오게 했다. 죽은 호랑이를 몇 리도 채 옮기기 전에 거리는 이미 인파로 가득차서 뿌연 먼지가 천지를 뒤덮었다. 호랑이가 이르자 문 쪽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모두 소름이 끼쳐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이렇게 해서 마당에 누워 있는 죽은 호랑이를 마음껏 보게 되었다. 그런데 큰 이빨과 갈고리 같은 발톱은 대개 맹금(猛禽)류와 같았으나 이전에 그림이나 책에서 보고 들은 것만은 못했다. 


여기에서 어질고 뛰어난 인물로 책에 실려 있긴 하나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사람 중에서 이 호랑이와 같은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일찍이 듣기로 어떤 재상의 집에 보관된 '새끼 밴 호랑이 그림(乳虎圖)'은 진(晉)나라와 당(唐)나라 연간의 물건이라 전해진다. 그 그림의 괴이하고 사나움은 지금 세속에서 그리는 것에 못 미치는 것 같지만, 개들이 그림을 보자마자 벌벌 떨며 도망가고 숨는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그림으로 시험해 보면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저 가축들도 속일 수 없는 것이거늘, 사람이 도리어 진짜와 가짜에 현혹되어 헛되이 떠들기만 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이용휴(李用休, 1708∼1782), '호설(虎說)', 『혜환잡저(惠寰雜著)』-


※번역글 출처: 『나를 찾아가는 길- 혜환 이용휴 산문선』(박동욱 , 송혁기 (엮음), 돌베개 2014), '가짜가 판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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