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가늠하는 마음 거울
시(詩)라 하면 당시(唐詩)가 아니면 시(詩)로 취급하지 않는 것은 요즘의 폐단이다. 너도 나도 한결같이 그 체제를 배우고 언어를 본받으니 똑같은 피리소리에 가깝다. 그것은 마치 꾀꼬리(百舌鳥)들이 하루종일 시끄럽게 울어도 자신만의 소리가 없는 것과 같으니 나는 그것을 매우 싫어한다.(惠寰雜著卷6, 李華國遺草序)
사람은 원래 자기의 국량을 타고 나는 법이다. 어찌 한당(漢唐)의 시문(詩文)에 구걸하겠는가. 문장을 가늠하는 마음 거울은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게 있다. 그럴진대 내 어찌 그대를 위하여 바꿀 수 있겠는가. (惠寰詩鈔, 文有感作)
당(唐)의 문심(文心)이 높은 것도 아니고 한(漢)의 문심(文心) 또한 깊은 것도 아니다. 단지 우러나오는 자신의 성정(性情)을 스스로 읊조릴 뿐이다. 혼미할 때는 발걸음마다 막히지만 깨달은 후에는 진흙 모래가 전부 다 금이다. 사탕수수를 끝에서부터 먹어가듯 씹을 수록 단맛이 나니 점입가경이요, 겹겹의 껍질을 벗기면 중심이 빈 듯하다. 맹렬하게 귀에 박힌 기름못을 씻어 내려 꾀꼬리 수풀 속에서 고운 소리 보낸다.(惠寰詩鈔, 聞德順與幼選談詩 人動觀獵之喜作近體詩寄德順兼示 幼選 제1수.)
-이용휴(李用休, 1708∼1782년),『혜환잡저(惠寰雜著), 혜환시초(惠寰詩抄)』(國立中央圖書館本)-
※참조: 첫째 단락은 혜환선생의 사위인 이응훈의 문집 서문인 『이화국유초서(李華國遺草序)』에서 발췌한 글로 산문이다. 둘째 셋째 단락은 詩인데, 산문형태로 글을 풀어서 옮겼다. 번역과 해석은 박준호역(혜환 이용휴 문학연구,1999)을 완전 표절하고 나름 의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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