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求道)란 생각을 바꾸는 것

행교유거기(杏嶠幽居記 행교유거기)


늙은 살구 나무 아래 작은 집 한 채가 있다. 방에는 시렁과 책상 등속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손님 몇이 이르기라도 하면 무릎을 맞대고 앉는 너무도 협소하고 누추한 집이다. 하지만 주인은 아주 편안하게 독서와 구도(求道)에 열중한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 작은 방에서 몸을 돌려 앉으면 방위가 바뀌고 명암이 달라진다네. 구도(求道)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바뀌면 그 뒤를 따르지 않는 것이 없다네. 자네가 내 말을 믿는다면 자네를 위해 창문을 열어주겠네. 웃는 사이에 벌써 밝고 드넓은 공간으로 오르게 될 걸세."



차거기(此居記)


이 거처는 이 사람이 사는 이곳이다. 이곳은 바로 이 나라 이 고을 이 마을이고, 이 사람은 나이가 젊으나 식견이 높으며 고문을 좋아하는 기이한 선비다. 


만약 그를 찾고 싶으면 마땅히 이 기문(記文, 기록된 글)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비록 무쇠 신발이 다 닳도록 대지를 두루 다니더라도 마침내는 찾지 못할 것이다.(옮긴이 주: 집은 사람이 사는 곳에 불과할 뿐 한 인간을 제대로 보고 알려면, 외연 즉 , 집안, 학벌, 지위, 부귀빈천 , 기타등등을 다 제켜놓고 오직 그의 쓴 글속으로 들어와 찾으라는 일갈이다.


-이용휴(李用休,1708~1782)혜환잡저(惠寰雜著)-


▲번역글출처: '나를 돌려다오'(이가환,이용휴지음/안대회 역/ 태학사2003)


*옮긴이 주:

1. 옛날 길이를 나타내는 척도 '한길'은 사람 키를 기준으로 어림잡을 경우에 쓰인다. 척관법에 의하면, 1치(寸) = 1.1930inch = 3.0303cm, 1자(손을 폈을 때의 엄지손가락 끝에서 가운뎃손가락 끝까지의 길이) =10치= 척(尺)= 30.303 cm, 1보=6척, 1장=8척, 1길=8~10척(사람키를 기준으로 길이를 어림잡을 때 사용, 바다물의 깊이를 어림잡을 경우로 사용될 때는 1Fadom=6ft=1.83m ), 1리 =1마장(馬丈)= 1,296자 = = 0.392km = 약0.4km, 위에서 말한 '척'은 고대에는 18cm였다가 시대가 변하면서 점차 그 길이도 변했다. 현재의 곡척은 구한말(1902년)에 일제가 정비하여 통용시켰다.  이가환 당시의 통용되던 척도로는 31.22cm다. 따라서 칠척은 단신이라 하기에는 210cm가 넘는 거한의 키로 상당한 의문이 들고 또 모순이다. 다만, 물의 깊이를 어림잡는 길이인 '한길' 183cm과 대비하여 그 길이에 못미치는 단신이라 표현함은 그만큼 방이 좁고 작다는 의미로 납득이 된다. 원문에는 장(丈), 척(尺)으로 나와 있다.(然屋可方丈, 許子僅七尺, 以之展足有餘地焉.) 

2.허자(許子 혹은 虛子): 虛子는 '식견이 좁은 사람'을 뜻하는 말로 흔히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어 비유할때 사용함. 원문을 찾아서 재차 확인해 보니 許子로 나와 있다(許子貧甚)許子는 글쓴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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