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심(恒心): 한결같음에 대하여

“사람이 항심(恒心)이 없으면 무당이나 의원도 될 수 없다.” 이 말은 중국 남방(南方) 사람의 말이다. 공자가 이 말을 읊조리고 나서 “좋구나!” 하였으니, 항심(恒心)은 이처럼 사람에게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되는 마음이다.


이 ‘恒(항)’ 자를 옛날에는 ‘恆’으로 썼으니, 한 척의 배가 머리와 꼬리를 모두 기슭에 기대고 있는 모습을 형상한 글자이다. 이는 어떤 사물이 철두철미함을 뜻하니, 어찌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비록 그렇기는 하나 ‘한결같음’에는 한결같음을 늘 유지하는 한결같음과 변화를 늘 유지하는 한결같음이 있다. 한결같음을 늘 유지하는 한결같음은 알기 쉽다. 그러나 변화를 늘 유지하는 한결같음은 행하기 어렵다.


항심(恒心)을 가진 사람은 한결같은 일을 만났을 때, 한결같아야 하는 일은 늘 한결같이 하고 한결같지 않아야 하는 일은 늘 한결같지 않게 한다. 한결같이 해야 할 일을 늘 한결같이 한다면 좋지 않겠는가? 그러나 한결같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늘 한결같이 한다면 한결같아야 한다는 말에 얽매였다 하지 않겠는가?


천지(天地)는 한결같이 변화하기 때문에 쉼없이 운행할 수 있고, 해와 달은 한결같이 변화하기 때문에 언제나 빛을 낼 수 있으며, 계절은 한결같이 변화하기 때문에 언제나 사계절이 존재할 수 있고, 군자(君子)는 한결같이 변화하기 때문에 도(道)를 확고히 지키고 변치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우레와 바람이 진동할 때에도 한결같이 고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항(恒)’인데, 구삼(九三)*은 덕이 한결같지 못하여 간혹 부끄러운 일이 생기고, 육오(六五)*는 덕이 한결같으면 안정되기는 하나 장부(丈夫)에게는 흉하다. 그렇다면 한결같아야 하는데 한결같지 않은 경우와 한결같아서는 안 되는데 한결같은 경우가 모두 중도(中道)에 맞는 한결같음이 아니다.


비록 그렇기는 하나 한결같이 변화한다는 구실을 대며 늘 한결같음을 유지할 줄 모른다면 그 한결같음은 내가 말하는 한결같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마치 세찬 파도 속에서 닻줄과 노를 잃고 머리도 꼬리도 모두 물속에 잠겨 침몰하는 배처럼 될 것이니, 도리어 물속에 빠뜨린 검을 찾으려고 뱃전에 금을 긋고 물속을 들여다보는 사람만도 못하다. 이런 사람은 그나마 뒤탈은 없지 않은가? 이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도성 서쪽에 있는 권계량(權季量)의 집에 가 보니 편액이 ‘항와(恒窩)’였다. 한결같음에 뜻을 두고 지은 이름이다. 나는 권계량이 항심을 지닌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함을 기뻐하면서도, 한결같아야 한다는 말에 얽매일까봐 걱정되어 이렇게 말해 주었다.


“그대는 달의 한결같음을 보지 못했는가? 달이 한결같이 둥글지도 않고 한결같이 이지러지지도 않는데 영구히 밤을 비추는 것은 천도(天道)에 맞게 한결같음을 유지하기 때문이네. 이는 무당과 의원이 미칠 수 있는 한결같음이 아니라 군자(君子)가 행하는 일이네. 그대가 이에 짝할 수 있으면 좋겠네.”


그러고는 이렇게 글을 지어 주니, 훗날 권계량이 자신의 한결같음을 평가해 보게 하기 위함이다. -경자년(1780) 12월에 무명자가 씀.


※[역자 주]

1. 구삼(九三): 《주역》 〈항괘 구삼(九三)〉 효사(爻辭)의 “그 덕이 변함없지 못한지라 간혹 부끄러운 일이 생기니, 이런 식으로 안정되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不恒其德 或承之羞 貞 吝〕”를 원용한 말이다.

2. 육오(六五): 《주역》 〈항괘 육오(六五)〉 효사의 “그 덕이 변함없으면 안정되니, 부인은 길하고 장부는 흉하다.〔恒其德 貞 婦人 吉 夫子 凶〕”를 원용한 말이다.


-윤기(尹愭 1741~1826), ' 항와에 대하여〔恒窩序〕',『무명자집(無名子集)/무명자집 문고 제1책』-


▲원글출처: 한국고전번역원 ⓒ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 강민정 (역)┃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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