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익한 일을 하여 유익함을 해치는 행위를 경계한다

《서경(書經)》에 이런 말이 있다. “무익한 일을 하여 유익함을 해치지 말라.〔不作無益害有益〕” 무익한 일을 하면 무익할 뿐만 아니라 그 폐단이 반드시 해로운 데에 이르므로 성현이 주의를 준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유리함과 불리함을 가지고 한 말이 아니다.


요즘 사람들은 유리함과 불리함을 명확히 구분하여 한 마디 말, 한 가지 행동이라도 자기한테 유리하면 하고 불리하면 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이 남에게 충성하는 것을 보면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비아냥거리고 자기 자신을 위한 꾀가 약빠르지 않으면 허술한 사람이라고 비웃는다. 사람들이 이러한 태도를 서로 본받고 거울삼아서 이제는 풍속이 되어 버렸으니, 하찮은 것까지 세세히 따지며 이익을 꾀하는 세태가 요즘보다 더한 적이 없다.


요즘 사람들이 ‘무익한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은 인정머리 없고 염치없는 시정잡배의 풍습일 뿐이고, ‘유익함을 해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도리를 배반하여 사욕을 따르는 좀도둑의 재주일 뿐이다. 이런 자들은 한낱 작은 것만 지킬 줄 알아서 도리어 큰 것을 빠뜨리고, 한낱 가까운 것만 살필 줄 알아서 먼 미래의 일은 헤아릴 줄 모른다. 또 이끗에 골몰하느라 크게 불리한 일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혼자만 잘한다고 뻐기느라 크게 불행한 일을 깨닫지 못한다. 이러한 세태가 흐르는 강물처럼 도도하여 걷잡을 수 없으니 한탄스러울 뿐이다.


선비에게 가장 유익한 일은 글을 읽고 이치를 궁구하여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며, 다음으로 유익한 일은 부지런히 일하고 게을리하지 않아서 자기 이름을 드날리고 어버이를 빛내는 것이다.


이를 도외시한 채 한가롭고 범범하게 계획 없이 지내면서 아무 할아버지의 손자, 아무개의 종족이라는 부질없는 자랑이나 일삼고 심지어는 몸가짐이 비루하고 일처리가 엉망이라 작게는 좀벌레요 크게는 뱀과 같다면, 이는 무익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조상을 욕되게 하고 가문을 망하게 하는 짓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잘하는 것으로 여겨 두 눈을 부릅뜨고 팔뚝을 휘두르며 방약무인(傍若無人)의 태도를 보인다면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나는 본디 세상 물정에 어둡고 졸렬하여 무엇 하나 남들만 한 것이 없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유익한 일과 무익한 일을 잘 살피고 가릴 줄 알아서 밤낮으로 힘쓴 일이 글을 읽어 연구하고 좋은 글을 뽑아 기록하고 검토하는 데서 벗어나지 않았다.(중략)


이 때문에 사람들이 날더러 재미없다고 비웃고 일생을 허비한다며 왕래조차 하지 않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유독 아름다운 산수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솟구치는 흥을 주체할 수 없기도 하나 결국은 가난 때문에 실제로 유람하지는 못한다. 서적을 탐하는 벽(癖)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천하의 한만한 사물은 어떠한 것도 마음을 얽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늙어 죽음이 가까워진 지금 그동안 성취한 것을 가만히 돌아보면 내놓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가난이 발목을 잡고 의지가 굳지 못하여 우물쭈물 얼버무리며 그렁저렁 세월만 보내왔기 때문이다. 《시경(詩經)》의 “고요히 생각해 보면 스스로 슬플 뿐이네.〔靜言思之 躬自悼矣〕”라는 말은 바로 나와 같은 경우를 두고 한 말이리라.


비록 그렇더라도 뒤에 오는 사람은 내가 성취한 것이 없다 하여 ‘무익한 일을 하여 유익함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고, 또 세상 사람들처럼 오로지 유리함과 불리함, 이익을 챙기는 데 긴요함과 쓸데없음을 기준으로 유익함과 무익함을 나누지 말지어다. 아, 이 점을 진정으로 실천해야만 몸을 보전하고 집안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윤기(尹愭 1741~1826), '가훈(庭誥 정고)'중에서 부분 ,『무명자집(無名子集)/무명자집 문고 제3책』-


▲원글출처: 한국고전번역원 ⓒ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강민정 (역)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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