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측자설(抒廁者說): 똥푸는 자 이야기-피장파장
똥을 푸는 자가 종일토록 한 짐 퍼서 농부에게 돌아가면 농부는 돈을 주고 이를 사는데, 그 이익으로 처자식까지 먹여 살릴 수 있다.
한번은 저물녘에 돌아갈 때였다. 깊은 산자락 천토(淺土, 임시로 매장하는 무덤으로 사용되는 땅)로 들어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쇠망치를 휘두르며 천토 속으로 들어가 힘을 다해 도굴하는 것이었다.
이를 본 그가 비웃으며 조롱하기를, “자네가 이런 일을 하는가? 위험한 일이 아닌가? 자네가 이미 사람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차마 하고 있으니, 만약 관리가 몰래 보고 있다가 덮치기라도 하면 그 화가 적지 않을 텐데.” 라고 하였다.
그 사람이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였다. “자네는 자네가 하던 일이나 하게. 어찌 남의 이익을 시기하여 이런 말로 겁을 주는가? 내가 처음에는 부끄럽고 싫어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네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모두 사라졌네. 내가 내 망치를 잡고 무덤으로 들어가면 널을 열기도 매우 쉽고 옷을 벗기기도 몹시 신속하다네. 그 옷을 가지고 돌아가 소주에 담갔다가 맑은 샘물에 빨면 새 옷처럼 되네. 이것을 시장에 내다 팔면 이익이 배가 되기도 하니, 어찌 자네가 날마다 똥구덩이에서 바삐 보내는 것에 비하겠는가?”
똥을 진 자가 묵묵히 그 말에 수긍하였다.
-윤기(尹愭 1741~1826), '똥 푸는 자에 대하여(抒廁者說 서측자설)',『무명자집(無名子集)/무명자집 문고 제 14책』-
▲원글출처: 한국고전번역원 ⓒ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이상아(역)┃ 2013
▲참조: 논리적 오류에서 '피장파장의 오류'는 '인신공격의 오류의 일종으로 주장 제시자의 비일관성이나 도덕성의 문제 등을 이유로 제시된 주장이 잘못이라고 판단하는 오류'이다.(위키백과). "양비론이란 맞서 있는 양쪽의 주장이나 태도가 다 틀리다고 하는 견해나 주장을 말하는 것이고, 양시론이란 맞서 있는 양쪽의 주장이 다 옳다고 하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정당성을 갖지도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말과 글을 언어라 하고 언어를 학문의 대상으로 삼는 학문이 논리학이다. 이 논리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언어의 정확한 사용을 통해서 오해와 갈등을 줄이고 시시비비를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다. 논리학의 오류론에는 두 개의 잘못이 하나의 정당화를 만드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오류인 ‘피장파장의 오류’가 있다. 자신의 주장이나 행동이 비록 잘못되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도 같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괜찮다며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이수석, 한겨레/시사로 잡는 논술). 요즘 악하고 추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하는 말이 있다. " 너는 얼마나 깨끗하나?... 털어서 먼지 안나는 놈 없다...법대로 해라...죄와 불법을 저질렀다는 법적인 증거를 대라(증거인멸 해놓고)...원수를 사랑하라...등등", "너희 중에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예수의 말씀이다. 이는 양심이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마땅히 먹히는 말이다. 허나 칼과 방망이, 심지어 돌 마저도 어떤 사람이 들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심지어 그 용도가 전혀 달라진다. 도척의 심장을 가진 부류들이 성현의 말씀을 입에 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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