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자는 복을 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는다는 것에 대하여
천도(天道, 하늘의 도리)는 선한 자에게 복을 내리고 악한 자에게 화를 내리지만, 대체로 이와 반대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옛사람이 원망하는 말이 없지 못했던 것이니, 이는 또한 어디 원망을 돌릴 데가 없어서 한 말이다.
《시경》에 이르기를 “포학한 상제는 그 명에 사벽함이 많도다.〔疾威上帝 其命多辟〕”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하늘을 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도다.〔視天夢夢〕”라고 하였다.
자사자(子思子 공자의 손자, 공급(孔伋) 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제자로 공자사상의 정통을 이어받아 맹자에게 계승시킨 인물이다)는 “천지의 큼으로도 사람이 오히려 한스러워하는 바가 있다.〔天地之大 人猶有所憾〕”라고 하였다.
한창려(韓昌黎, 한유)는 “하늘은 저 높이 멀리 있고 귀신은 나를 싫어하네.〔天公高居鬼神惡〕”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내 올라가 하늘을 탓하리라. 죽이고 살리는 것이 어찌 그리 편향되었느냐고.*〔吾將上尤天 與奪一何偏〕”라고 하였으며, 또 이르기를 “하늘은 어찌하여 항상 어진 이에게 박하게 대하는가.〔天胡恒不足於賢邪〕*”라고 하였다.
좌씨(左氏 좌구명(左丘明))는 “이는 천리가 없는 것이다.〔是無天也〕”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하늘은 아마도 악인을 부자로 만드나 봅니다.〔天殆富淫人〕”라고 하였다.
진(晉)나라 사람*은 “하늘이 무심하구나!〔天道無知〕”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크도다, 천지여! 이들을 사랑하지 않는구나.〔大哉天地 玆爲不仁〕”라고 하였다.
두자미(杜子美)는 “큰 하늘이 안목이 없도다.〔皇天無老眼〕”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내 장차 주재자를 죄주리라.〔吾將罪眞宰〕”라고 하였다.
진(晉)나라 유익(庾翼)은 가형(家兄)인 유빙(庾冰)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늘이 어리석어 시비를 분간하지 못한 것입니다.〔天公憒憒無復皁白〕”라고 하였다.
명(明)나라 당백호(唐伯虎)의 시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훌륭한 말은 늘 멍청이를 태우고 달리며 / 駿馬每駄癡漢走
예쁜 아내는 항상 못난 사내와 짝이 되네 / 巧妻常伴拙夫眠
세상에는 공평치 않은 일 참으로 많으니 / 世間多少不平事
하늘 노릇 할 줄 모르면 하늘 되지나 말지 / 不會作天莫作天
이러한 말들이 어찌 모두 정말로 천도(天道)를 몰라서 제멋대로 운운한 것이겠는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천리(天理)이니, 감히 원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망해서도 안 되며, 원망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원망할 필요도 없다고.
천도는 음(陰)과 양(陽)이 있으니, 성인이 항상 양을 돕고 음을 억누르지만, 음과 양은 늘 짝을 이루어 상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에게 현인(賢人)과 불초(不肖,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가 있는 것이고, 세상에는 치세(治世)와 난세(亂世)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인이 아무리 불초를 가르쳐서 현인이 되도록 하고, 난세를 붙들어서 치세로 돌리고자 할지라도 끝내 그렇게 할 수 없는 점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한 자에게 복을 내리고 악한 자에게 화를 내린다거나, 여경(餘慶 남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한 보답으로 뒷날 그의 자손이 받는 경사(慶事), 남에게 덕을 베풀고 선한일을 하여 후손이 복받는 것)이니 여앙(餘殃 남에게 해로운 일을 많이 한 값으로 받은 재앙)이니 하는 등의 설은 단지 저 천리라는 것이 이와 같다고 말하는 것뿐이니, 하늘이 어찌 사람이 하는 것처럼 일일이 상이나 벌을 줄 수 있겠는가. 만일 반드시 멍청이는 훌륭한 말을 타지 못하고 못난 남자는 아름다운 아내를 얻지 못하게 하고자 한다면, 하늘이 또한 수고로울 것이다.
내가 일찍이 사람들의 선악을 보고 속으로 이를 기억해 두고서 그 화복을 검증해보았는데, 선한 자가 반드시 복을 받는 것은 아니었으며 악한 자가 반드시 화를 입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같이 악한 짓을 한 자가 두 사람이면, 한 사람은 바로 죽거나 망하였고, 한 사람은 더욱 경사가 생겼지만 이것은 마치 그 악을 더 쌓게 한 뒤에 죽이고자 한 것 같았다. 그러므로 빠르고 늦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 또한 사람이 추측하는 것이니, 어찌 아득히 먼 천도를 기필(期必, 반드시 이루어짐을 기약함)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자신을 수양한다는 면에서 말한다면 마땅히 선(善)을 행해야 하고 불선(不善)을 행해서는 안 되며, 윗사람이 인재를 등용한다는 면에서 말한다면 마땅히 소인이 벼슬하고 군자가 초야에만 있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화복과 길흉으로 말하면 하늘을 기필할 수는 없으니, 아마도 사람의 화복은 선악에 달리지 않고 오로지 그 집안과 자신의 운수에 달린 듯하다. 알 수 없는 것은 운수이다. 선한 자가 장려되지 않고 악한 자가 징계받지 않는 것이 옛사람이 ‘어리석다(憒憒 궤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상벌을 주관하는 사람들이 모두 어리석기 짝이 없는데도 어찌할 수 없으니, 그렇다면 하늘의 어리석음을 또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그저 유무(有無 있고 없음) 사이에 둘 뿐이다.
※[역자 주]
1. 죽이고 살리는 것이 어찌 그리 편향되었느냐: 한유의 〈맹동야실자(孟東野失子)〉에 “자식 잃은 것을 누구를 탓할까. 내 올라가 하늘을 탓하리라. 당신은 실로 아래 인간 세상의 주재자인데, 생살여탈 어찌 그리 편향되었느냐고.〔失子將何尤 吾將上尤天 女實主下人 與奪一何偏〕”라는 내용이 보인다.
2. 하늘은 어찌하여 항상 어진 이에게 박하게 대하는가:《창려집(昌黎集)》 권22 〈독고신숙애사(獨孤申叔哀辭)〉에 “어찌하여 박하게 대해도 될 만한 사람에게는 후하게 하고, 어진 이에게는 늘 박하게 대하는가.〔胡喜厚其所可薄,而恒不足於賢邪〕”라는 내용이 보인다.
3. 하늘은 아마도 악인을 부자로 만드나 봅니다 : 《춘추좌씨전》 양공 28년(기원전 545) 조에 “하늘은 아마도 악인을 부자로 만드나 봅니다. 경봉(慶封)이 또 부자가 되었으니 말입니다.〔天殆富滛人 慶封又富矣〕”라는 내용이 보인다. 경봉(慶封, ?~기원전 538)은 춘추 시대 제(齊)나라의 대부이다. 기원전 548년에 최저(崔杼)가 제 장공(齊莊公)을 시해하고 경공(景公)을 옹립하자, 최저와 함께 우상(右相)과 좌상(左相)을 나누어 맡다가, 경공 2년(기원전 546)에 최저를 죽이고 국정을 독차지하였다. 아들 경사(慶舍)에게 국정을 넘기려다가 다른 귀족들의 반대로 경사가 피살되고, 그도 노(魯)나라로 달아났다가 다시 오(吳)나라로 달아났다. 오나라 왕 구여(句餘)가 경봉에게 주방(朱方)이란 읍을 주고 살게 하자, 경봉은 제나라에 있을 때보다 더 부유하게 되었다. 이에 노나라의 자복혜백(子服惠伯)이 숙손목자(叔孫穆子)에게 이와 같은 말을 한 것이다.
4. 진(晉)나라 사람: 진나라 등유(鄧攸, ?~326)와 관련된 말이다. 등유는 진 회제(晉懷帝) 영가(永嘉, 308~313) 말년에 후조(後趙)의 건립자인 석륵(石勒, 274~333)에게 붙잡혀 포로가 되었는데, 석륵의 군대가 사수(泗水)를 건널 때를 틈타 아들과 조카를 말에 태우고 탈출하였다. 등유는 도망가면서 추위와 굶주림이 심해 두 아이를 모두 살릴 수 없다고 판단되자, 자신의 아이를 버리고 동생의 아이를 안고 달아났다. 등유가 아들을 버린 뒤 아내가 더는 아이를 낳지 못하자, 당시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며 “하늘도 무심하구나! 등유에게 아이가 없게 하다니.〔天道無知 使伯道無兒〕”라고 하였다 한다. 《晉書 卷90 良吏列傳 鄧攸》
-윤기(尹愭 1741~1826), '선한 자는 복을 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는다는 것에 대하여(天道福善禍淫)',『무명자집(無名子集)/무명자집 문고 제13책/ 협리한화 65조목〔峽裏閒話 六十五〕』-
▲원글출처: 한국고전번역원 ⓒ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 이상아 (역)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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