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할 때는 행할 것을 돌아보아야 한다

사마우(司馬牛)가 인(仁)을 묻자, 공자는 “인자(仁者)는 그 말이 참아지느니라(仁者其言也訒).”고 일러주었는데 사마우는 “그 말이 참아지면 그것을 인(仁)이라 이릅니까?” 하고 다시 물었다. 


공자는 “실천하기가 어려우니 말이 참아지지 않겠는가?(爲之難言之得無訒乎, 논어, 안연편)”라고 말하였으니, 이것은 다만 말을 할 때는 행할 것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포함된 뜻이 넓지 않아서 곧 인(仁)에 꼭 맞지 않다.


대개 인자(仁者)는 자기(己)로써 남에게 미쳐서 남의 허물을 자기의 허물로 알아야 하는 것인데, 사마우의 사람됨을 상고(相考, 서로 견주어 고찰함)할 수는 없으나 아마도 자기를 책(責)하는 것은 가볍고 남을 책망하는 것을 중하게 여겼던 모양이다. 


가령 사마우가 남과 처지를 바꾸어 깊이 생각하였다면, 마땅히 행하기 어려움을 알아서 말을 경하게 발하지 아니하였을 것인데, 말을 경하게 발하였다면 그는 일찍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헌(南軒, 장식 張栻, 1133-1180)이 “남을 논하기를 잘하는 사람은 자기를 살핌에 항상 소활(허술하고 어설픔)하고, 알직(訐直, 남의 비밀스런 일을 들추어내고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곧음으로 삼는 것)을 잘하는 자는 말에 폐단이 많다.” 하였으니, 사마우와 같은 사람을 가리킴인지……(옮긴이 주: 마지막 문장 나름 의역하면,  '이는 곧 사마우와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겠는가!' ).


-이익(李瀷, 1681~1763), '인자언인(仁者言訒)', 『성호사설(星湖僿說) 제18권/경사문(經史門)』-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김철희 성낙훈 양대연 (공역) | 1977


※[옮긴이 주]원문의 '참다'로 해석된 말은 '참을 인(忍)'이 아니라 '말더듬을 , 또는 과묵할 인(訒)'이 일관되게 사용되었다. '참다'로 해석한 것은 주자(주희)의 전통적인 해석에 따른 것이다. 왜 공자가 인(訒)으로 대답하셨는가?는 성호선생의 글을 통해 헤아릴 수 있다. 또 이 문답에 이어지는 문답에서, "(군자가 두려워하고 근심할 이유가 없는 것은) 안으로 살펴보아도 잘못이 없으니,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에서, 성호선생의 통찰처럼, 공자가 사마우의 성격 특성에 맞춰 깨우침과 교훈을 주고자하는 의도가 분명해 진다. 그렇다면, '참다' 대신에 '신중하게 가려서 한다'로 나름 이해해도 무방하겠다. 참고로 사마우 이외에도 여러 제자들이 인(仁)에 대한 질문을 하였는데,  이에 공자는 제자들의 성향에 적합하게 각기 다른 가르침을 주었다. 여튼 시쳇말로 '내로남불'식의 남의 허물을 드러내어 책망하고 정죄함으로써 자기를 높이는 독선에 가까운 비난과 그른 것을 바로잡기를 바라는 정당한 비판은 마땅히 분별되어야 하겠다. 비록 그러할지라도, 늘상 느끼는 바지만, 우리 네 선현들의 옛글을 읽을 때 마다,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옷깃을 다시 여미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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