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사환(讀書仕宦): 물욕이 마음에 걸려 있는 까닭에

어려서 배움은 커서 행하려는 것인데 글 읽는 것만 같은 것이 없다. 성현의 글을 읽고 의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군들 다소의 견득(이치를 이해하고 깨달아 얻음)이 없겠는가? 


그러나 예부터 현달하여 벼슬한 자로서, 평생에 배운 바를 그대로 시행한 자가 있다는 것은 듣지 못하였다. 어째서 그러냐 하면 일을 실시할 때에 말할 때와 같게 못하고 또 남의 마음이 자기의 마음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혹은 위엄과 지체에 억눌리는 바가 되고, 혹은 여럿에게 꾀이기도 하며, 혹은 시세(時勢)의 협박도 받게 되고(이해관계에 연연하여 세상 눈치보기, 자기검열 ), 혹은 이욕의 구렁에 빠지기도 했으니, 이는 모두 욕심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물욕이 양심을 이김에 따라 양심이 옮겨지고, 양심이 옮겨짐에 따라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비록 옛 성인의 단안(斷案, 옳고 그름을 판단함)이 있고 전 세대의 역사(지나간 역사)가 증명하는데도 물욕이 늘 마음속에 걸려 있어서 다만 일이 같지 않고 시대가 다르다는 것만 보고 양심의 여하는 반성하지 않는다. 이러므로 잠깐 사이에 일의 방향이 바꿔지고 먹었던 마음도 변하게 된다. 


이로 본다면 큰일을 당해서 시비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는 반드시 벼슬과 녹(祿, 벼슬아치가 받는 연봉)을 귀히 여기지 않는 자라야 할 수 있으니, 이것이 그 요령(핵심)이다.(이하 생략)


-이익(李瀷, 1681~1763), '독서사환(讀書仕宦)' 부분, 성호사설(星湖僿說)제20권/경사문(經史門)-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김철희 (역) ┃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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