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선화음(福善禍淫)
하늘과 땅이 교합하여 태괘(泰卦, 땅이 아래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위치한 주역 64괘중의 하나, '상호 소통하는 어우러짐과 대동의 조화'를 의미함)가 되매 군자의 도(道)는 자라나고 소인의 도는 사라지니, 이는 성왕(聖王)의 세대에 사람이 하늘과 땅에 참여하여 삼재(三才, 하늘, 땅, 사람)가 된다는 것이다.
천도(天道)는 운행하고 지도(地道)는 생양(生養, 낳고 키우고 기름)하나 천지의 변화 생육(變化生育)을 돕는 것은 사람에게 있으므로 천지는 자연에 속하고, 과한 것은 억제하고 모자라는 것은 도와서 이루도록 하는 것은 사람이다.
소와 말에 비유하건대, 다리가 넷이 있음은 천지의 조화요, 코를 뚫고 머리에 굴레를 씌우는 것은 사람의 공력이다. 그러나 다만 재량(裁量, 스스로 판단하여 처리함)하여 이루게 할 뿐이요, 착한 것을 좇고 악한 것을 배척하게 하는 의(義)는 아직까지는 있지 않았다.
천리(天理)는 본래 바르지마는 물건이 기수(氣數, 스스로 오고가고 반복하는 길흉화복의 운수와 섭리)에 영향을 받으므로 반드시 다 바를 수 없다. 천지도 일마다 어긋나는 것은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성인이 천지를 본받은 뒤에야 마땅하게 되는 것이니, 이를 보상(輔相)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록 소의 코를 뚫고 말에 굴레를 씌웠다 하더라도 혹은 가시밭으로 달리고 곡식을 짓밟는 것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착한 자에게 복을 주고 악한 자에게 앙화를 준다는 것은 이런 데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성인이 세상을 다스리매 백 가지가 모두 공정하여 착한 자를 인도하고 악한 자를 배척하여 착한 자에게 복이 돌아오고 악한 자에게 앙화가 돌아가는 것이니, 이는 천지의 본연한 이치를 성인이 재성(裁成, 재량껏 조처하여 일을 이루어 냄)하여 마땅하게 하는 것이다.
군자의 도가 사라지고 소인의 도가 자라나서 천지가 사귀지 못하여 비색한 운이 최고에 달하게 되면, 사람이 재성(裁成)하고 도와주지 못하므로 착한 자가 앙화를 입고 악한 자가 도리어 복을 받게 되어도 하늘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비유하건대, 사람의 성품이 본래는 착하나 물욕이 가려 혹은 극악무도한데 이르러 성품이 사람을 관섭(管攝, 본래 맡은 일에 겸하여 다른 일을 관장함)하지 못하므로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요,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人能弘道 非道弘人, 논어 위령공편)” 하였다.
※[옮긴이 주]
1. 복선화음(福善禍淫) : '하늘이 착한 자에게 복을 주고 악한 자에게 화를 준다〔天道福善禍淫〕. '는 뜻. 서경(書經)》〈탕고(湯告)〉가 그 출전이다.
-이익(李瀷, 1681~1763), '복선 화음(福善禍淫)', 『성호사설(星湖僿說) 제14권/인사문(人事門)』-
▲번역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정지상 (역) | 1978
"선량함의 복은 아득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먹고 쉬고 기거하는 곳으로 인도하는 그 속마음에 있다. 사악함의 재앙은 멀고 아득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고 멈추고 말하고 침묵하는 사이에 빼앗기는 그 넋에 있다. 사람의 정령은 하늘과 통하고 하늘의 엄한 명령은 사람에게 깃들어 있음을 가히 알 수 있으니, 하늘과 사람을 어찌 서로 멀다 하겠는가."(채근담/평의)
"참으로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안에서 나오는 것은 곧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음행,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 같은여러 가지 악한 생각들이다. 이런 악한 것들은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막 7:20~23, 공동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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