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에게서 배우는 지혜

암탉이 둥지에 있는데 한쪽 눈이 멀었다. 오른쪽은 눈동자가 완전히 덮였지만 왼쪽 눈은 감기지 않아 약간 사팔눈이었다. 낟알이 그릇에 가득 차 있지 않으면 쫄 수 없고 다녔다 하면 담장에 부딪혔다. 우왕좌왕하면서 슬슬 피하기나 하니 모두들 이 닭은 새끼를 기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날이 차서 병아리가 나왔기에 뺏어다가 다른 닭에게 주려고 하였는데 가엾어서 차마 그러지 못하였다.


얼마 지나서 살펴보니 달리 하는 일도 없이 항상 섬돌과 뜰 사이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병아리는 어느새 자라나 성장해 있었다. 다른 어미 닭을 보니 거의 상해를 입거나 잃어버리거나 해서 혹 반도 남아 있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 닭만 온전하게 둥지를 건사하였으니 어째서인가?


무릇 세상에서 잘 기른다는 것은 두 가지이다. 먹이를 잘 구하고 환란을 잘 방어하는 것이다. 먹이를 구하려면 건강해야 하고 환란을 막으려면 사나워야 한다. 병아리가 이미 부화하였으면 어미는 흙을 파헤쳐 벌레를 잡느라 부리와 발톱이 닳아서 뭉툭해진다. 정신없이 사방으로 나가 안식할 때가 없다. 위로는 까마귀와 솔개를 살펴야 하고 옆으로는 고양이와 개를 감시하다가 주둥이를 악다물고 날개를 퍼덕이면서 죽을힘을 다해 싸우니, 참으로 새끼를 키우는 방도를 명쾌하게 터득한 것처럼 한다. 


그러나 숲 덤불을 분주하게 다니며 때가 되면 불러들이고 병아리는 삐악거리며 졸졸 따라다니는데, 힘은 다하고 몸은 병들어 간다. 그러다가 혹 잃어버려서 물이나 불 속에 빠뜨리기도 하니, 이렇게 재앙이 갑자기 닥치면 먹이를 구해도 소용이 없다. 신중히 보호하고 방어하여 싸우는 것을 타오르는 불길과 같이 맹렬하게 하지만 환란이 지나간 뒤에는 병아리 또한 10에 6, 7은 죽고 또 멀리 나가게 되면 사람도 보호해 줄 수 없게 되어 사나운 맹수의 밥이 되고 만다. 이렇게 되면 환란을 막아도 소용이 없다.


저 외눈 닭은 일체 모두 반대로 하여 다녀도 멀리 가지 못하므로 사람 가까이에 의지하고 있다. 눈은 살피지 못하므로 항상 두려움을 품고 있다. 행동거지는 느릿느릿하면서 안아 주고 덮어 주기만 자주 할 뿐 애쓰는 모습은 보지 못하였지만 병아리는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으면서 자랐다.


대저 새끼를 기르는 것은 작은 생선 삶듯이 조심스럽게 해야 하며 교란시키는 것은 금물이다. 저가 그만한 지혜가 있는 것은 아닌데 방법이 잘 맞아떨어져 결국 온전하게 된 것은 그 까닭이 여기에 있지 저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물을 기르는 방도는 먹이를 챙겨 주는 데에 있을 뿐만이 아니고 바로 거느리는 기술이 있어 각각 그 생명을 이루어 주는 것이니, 그 요령은 잘 거느려서 잊지 않는 데 달려 있다는 것을 알겠다. 내가 이에 닭을 기르는 것으로 인해 사람을 기르는 방도를 얻었다.


-이익(李瀷, 1681~1763), '할계전(瞎雞傳), 『성호전집 제68권/ 소전(小傳)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오세옥 (역) ┃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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