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오직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알 수 있는 것 / 이익

사광(師曠 춘추시대 진(晉)의 악사(樂師))이 진 평공(晉平公)에게, “어려서 학문을 좋아하는 것은 해가 돋아오를 때의 햇빛 같고, 장성하여 학문을 좋아하는 것은 해가 중천에 오를 때의 햇빛과 같으며, 늙어서 학문을 좋아하는 것은 켜놓은 촛불의 빛과 같다.” 하였으니, 이 말은 무엇을 두고 한 말인가? 오직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학문이란 사색(思索)하는 것만 같은 것이 없고, 얻음이란 책만한 것이 없으니, 사색하여도 얻지 못하면 오직 책이 스승이 되는 것이다. 밤에 사색하여 얻지 못하였을 때에는 분ㆍ비(憤悱, 마땅히 표현을 어떻게 할 수 없어 고심하며 안타까워하고 한탄함 )하다가, 해가 돋은 뒤에 책을 대하면 그 즐거움이 어떠함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낮에 얻지 못하였을 때에는 생각나는 대로 책을 본다면 얻어지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며, 해가 진 뒤에 생각나는 바가 있을 때에는 촛불을 켜고 책을 보기를 낮과 같이 한다면, 이는 눈이 없어도 눈이 있게 되고 스승이 없어도 스승이 있게 될 것이니, 어느 즐거움이 이것만 하겠는가? 그렇지 않고는 책을 대하면 정신이 흐리멍덩하여 항시 밤이 있을 뿐 새벽이 없을 것이니, 평공(平公) 같은 이가 어찌 족히 이를 알겠는가?

-이익(李瀷, 1681~1763), ' 노이호학(老而好學) ' , 『성호사설(星湖僿說) 제17권/인사문(人事門)』-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이기석 정원태 한영선 (공역) |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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