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란조(猗蘭操)

蘭之猗猗 揚揚其香 난 향기 그윽한데 아름답기 또한 그지없어라

不採而佩 於蘭何傷 꺽어 품에 차는 이 없어도 서러워하지 말아라

今天之旋 其曷為然 소용돌이치는 오늘의 세상, 어찌하다 이리되었는가 

我行四方 以日以年 내가 세상을 떠도니 하루 한해 세월도 함께 떠돌았구나

雪霜貿貿 薺麥之茂 눈서리 사방에 날리는데 냉이와 보리는 왕성하게 올라오네

子如不傷 我不爾覯 공자께서 상처받지 않았다면 내 어찌 그대를 만났으리오 

薺麥之茂 薺麥之有 냉해에 냉이와 보리가 왕성해짐은 그들이 가진 속성일지니

君子之傷 君子之守 군자가 마음의 상처를 입음은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것 때문이리


-한유(韓愈 768 ~824), ' 의란조(猗蘭操)'-


[옮긴이 주] 의란조(猗蘭操)에 관한 기록은 漢나라 사학자요 문장가인 채옹(蔡邕 133~192)의 글 <금조(琴操)>에서 찾아진다. 기록에 의하면 공자가 지은 금곡(琴曲, 幽蘭操)이 의란조(猗蘭操)다. 30여년간 천하를 떠돌던 공자가 위(衛)나라를 마지막으로하여 고향 노(魯)나라에 쓸쓸히 낙향한다.이때 길가에 들풀들과 함께 뒤섞여 향란(香蘭)이 피어 있음을 보았다. 잡초속에 뒤섞여서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어도 제 홀로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 향란을 보고 공자는 자신의 처지와 빗대어 아래와 같이 노래를 지었다.  


習習風俗光陰以雨 골짜기바람 살랑대며 부니 날 흐리다가 비까지 내리네. 

之子于歸遠送于野 가던 길 뒤돌아 가려하니 저 먼 들까지 배웅하누나

何彼蒼天不得其所 푸른 하늘은 어이하여 날 버리는가,

逍遙九州無有定處 정처 없이 천하를 떠도니 오갈데 없는 신세로다.

世人闇蔽不知賢者 세상사람들 어둡고 마음이 막혀 어진 이를 몰라본다네

年紀逝邁一身將老 세월은 빠르게 흘러가고 이 몸만 늙어 가는구나.(공자, 의란조(猗蘭操))


후세에 당나라 한유(韓愈)가  공자의 심정을 헤아리고 이를 모방하여 의란조(猗蘭操)를 지었다. 대중적으로 애송되는 의란조는 한유의 작품이다. 《樂府詩集 琴曲歌辭二 猗蘭操》 공자의 원시와 한유의 시를 연관지어 생각해 보노라면, 성인 공자가 아닌 인간 공자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공감하고 그 심정을 헤아리는 한유의 인간성의 깊이, 품격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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