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누구인가

두 사람이 똑같이《논어》 한 권을 다 읽었다고 하자. 한 사람은《논어》 전체를 마치 자기 말처럼 전부 외운다. 하지만 막상 어떤 상황에 닥쳐서는 생각과 그 헤아림이 책이 가르치는 바에 미치지 못한다. 그 행동하는 바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읽은 것과 반대로 행동한다. 


반면에 다른 한 사람은 한 두 장도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 하지만 화나는 일이 생기면, 곧 바로 《논어》에서 읽었던 한 구절을 생각한다. 그래서 말하기를, "《논어》 중에 한 구절이 있다. 그 말을 일일히 다 기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화가 날 때 제멋대로 행동하면 뒤에 반드시 어려움이 있다'는 그런 의미의 말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깊이 반성하여 마침내 화를 참고 분노심을 가라앉혔다. 


뜻하지 않는 재물과 마주해서도 마찬가지다. 논어의 한 구절을 기억해 내고 말하기를, "《논어》중에 한 구절이 있다. 내가 그 말은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도 '재물을 눈앞에 두면 마땅히 의리와 도리에 합당한지의 여부를 먼저 헤아려보라'는 그런 뜻이었던 듯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신중하게 사리를 따져 재물의 유혹을 물리치고, 부당하게 그것을 취하지 않았다. 


어떤가? 《논어》를 제대로 읽은 사람은, 과연 이 두 사람 중에 누구겠는가?


-홍길주(洪吉周, 1786∼1841) 수여방필(睡餘放筆) 중에서


▲번역글 참조한 곳: 『19세기 조선 지식인의 생각 창고 - 홍길주의 수여방필』(정민 역, 돌베개, 2006)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아홉 가지 생각하는 것(九思)이 있다. 볼 때에는 분명하게 보기를 생각하고(視思明), 들을 때는 명확하게 듣기를 생각하며(聽思聽)얼굴빛은 온화하게 가지기를 생각하고(色思溫), 몸가짐은 공손하게 지니기를 생각하며(貌思恭), 말할 때는 진심을 다하기를 생각하고(言思忠)일할 때는 신중하기를 생각하며(事思敬), 의심이 날 때는 묻기를 생각하고(疑思問), 화가 날 때는 훗날 어려움을 당할 것을 생각하며(忿思難)이득을 보는 상황에서는 그것이 정의로운가를 생각한다(見得思義).”-논어, 계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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