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드러나 있는 것을 살펴서 안에 있는 애매한 것을 헤아린다
사람이 측인(測人, 사람을 헤아리는 것)에 대해 신중하지 않고 손쉽게 여기는 자가 있다. 한 가지 측인하는 말을 들으면 천고(千古)에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한 가지 측인하는 일을 보면 만성(萬姓)이 모두 같다고 여기며, 혹 한 말이라도 우연히 맞는 것이 있으면 기뻐서 견디지 못하고 맞지 않음이 있으면 버려두고 드러내지 않으니, 이는 변통에 통달하지 못한 헤아림이다.(중략)-'맞지 않음을 알면서 측인하는 것'(知不合而測人)-
뜻을 가슴 속에 품어 스스로는 비밀로 여기는 사람이라도 측인을 잘하는 사람은 그 행동과 기색을 바르게 관찰하여 반드시 알 수 있으니, 이것은 그 사람의 뜻이 밖으로는 반드시 일의 기회를 보는 것이 있고, 안으로는 반드시 일의 기미(機微)를 은연중에 추산하는 것이 있어, 말하지 않아도 안팎의 형적(形跡)을 참고 징험하면 거의 헤아려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안팎의 경중(輕重)을 논하면 밖에 있는 일의 기회가 진실한 근거로 중(重)한 것이고, 안에 있는 남모르는 추산(속내 또는 일의 내막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은 애매하여 흔적도 없는 것(在內之默運)으로 경(輕)한 것이다. 먼저 근거 있는 중(重)한 것으로 애매한 경(輕)한 것을 살핀다면, 그 말하지 않는 것까지 헤아릴 수 있다. 만약 밖에 있는 일의 기회를 알지 못한다면, 무엇을 가지고 안에 있는 것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비밀을 가진 자가 남이 그것을 아는 것을 보면 반드시 신기(神奇)하다고 하는데, 이것은 그 사람이 살핀 것이 밖으로 드러난 것에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단지 자신이 말하지 않은 것만으로 비밀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말이 없는 사람을 헤아림'(測人不言)-
-최한기(崔漢綺, 1803-1879), 인정(人政) 제 2권 / 측인문 2(測人門二)-총론(總論) 부분 발췌-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이기석 (역)┃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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