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바른 것을 해치는 사람

바른 것을 해치는 사람은 반드시 남을 사악(邪惡, 도리에 어긋나고 악독함)으로 몰고 자신은 정당하다고 자처(自處)하며, 나아가 동류를 불러모으기를 입김을 불러모아 산을 움직이고 모기 소리를 모아 천둥을 이루듯 한다. 비록 상대가 정당한 것을 알아도 기어코 마멸(磨滅, 갈아서 닳아 없어짐)하려 하고, 자신이 정당치 않은 것을 알면서도 반드시 옛 일을 증거로 끌어댄다. 


민간의 포폄(褒貶, 칭찬과 나무람, 시비와 선악을 바르게 가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후세의 시비를 생각하지 않으며, 목전의 승부로 사생(死生)을 겨루고 도당을 옹호하고 기치(旗幟, 어떤 목적을 위해 내세우는 주장 혹은 태도)를 세우는 것으로 상공(上功, 으뜸으로 치는 공로)을 삼아, 민심(民心)에 거슬리면 천토(天討, 덕있는 사람이 하늘을 대신하여 벌을 내림)의 벌을 받고 바른 사람을 해치는 것이 도리어 바른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것임을 전혀 모른다.


당시 사람은 울분을 품고 후세에는 공론이 격분하여, 소선(小善)이 대선(大善)이 되고 소악(小惡)이 대악(大惡)이 되며, 악과 관계 없는 자도 함께 악으로 돌아가고 선과 관계 없는 자도 함께 선으로 돌아가 천백세(千百世)에 유전(流傳, 세상에 널리 퍼져 전해짐)되리니, 어찌 생전 수십 년(十數年)의 일로 악명(惡名)을 무궁한 후일에까지 남기는 것인가. 


구하는 것은 잠시의 이익일 뿐이나 얻는 것은 천세(千世)의 해독일 것이니, 이것은 모두 식견이 천단(淺短, 얕고 짧음)한 때문이다.[測人門二, '바른 것을 해치는 것은 뒷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害正無後慮)']


측인함(사람을 헤아림)에 있어 엄히 조심할 것이 있으니, 의심하지 않을 사람을 의심하고 믿지 못할 사람을 믿는 것이다. 이것은 전에 들은 기괴(奇怪)한 말을 자기 혼자만 아는 기밀로 자부한 데서 생기는 것이니, 이런 자들은 의거하는 것이 허무한 방술(方術)이고 찾는 것이 음사(陰邪, 음흉하고 사악함)한 묘맥(苗脈, 일의 실마리, 단서)이다. 


광명(光明)한 대업(大業)과 경상(經常, 계속하여 그치거나 변하지 않음)의 인도(사람의 도리가 이런 사람을 만나면 무너지니, 사람을 속여서 물건을 취하고 사람을 암흑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이 이들의 능사(能事 능히 잘하는 일)이다.


재색(財色, 재물과 재산 또는 여색)ㆍ과환(科宦,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얻은 벼슬)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추구하여 서로 해치고 시기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일을 경영하는 처음에는 남에게 절실하게 신용을 보이다가도 허점이 탄로되면, 의심하지 않을 사람도 의심하여 자연 믿음과 의심이 바르지 못하게 되고, 남도 역시 바르지 못한 믿음과 의심으로 대하게 된다. 이 때문에 근심이 얽히고 설켜 고뇌가 자심(滋甚)하고, 광명한 세계를 보지 못하게 된다.[測人門二, '의심과 믿음의 부당한 것(疑信不當)]


-최한기(崔漢綺, 1803-1879), 인정(人政) 제 2권 / 측인문 2(測人門二)-총론(總論)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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