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사람이 속임을 당하는 것은 그가 바라는 것에 있다

속이고 싶으나 속이기가 어려운 사람은 반드시 그가 하고 싶어하는 점을 이용해서 속일 수 있는 방법을 쓰기 마련이다. 만일 속여야 할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제아무리 감언(甘言 남의 비위에 맞도록 듣기 좋게 꾸미어 하는 말)ㆍ선사(善辭, 선하고 좋게 표현된 말과 글)를 가지고도 속일 수 없는 것이다.


평소 사리에 명백하여 비도(非道)로는 속이기 어려운 사람도, 반드시 자신의 하고 싶어하는 그 단서로 인하여 남에게 속임을 당하게 되지만, 혹은 그 속임을 당함으로 인하여 더욱 깨닫는 바가 있기도 한다. 


속임을 당할 만한 일로 속임을 당하는 것은 대인(大人)으로서도 면할 수 없는 일이라 어찌 족히 누(累)가 되겠는가마는, 만일 속임을 당해서는 아니될 일로 속임을 당하면 이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고금을 통하여 속임을 당한 사람은 한없이 많다. 그러나 옛날 남을 속이던 일로 지금 사람을 속이기는 매우 어렵다. 그것은 대개 사위(邪僞, 속임수, 거짓, 조작등의 사기수법)가 발달되어서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을 속이는 쪽은 속이는 수법을 쓸 때 10분 정력을 쏟고 심지어는 제삼자로 하여금 찬조(贊助, 어떤 일의 뜻에 찬동하여 도와줌)하게까지 하는 반면에, 속임을 당하는 쪽은 1~2분의 정력만을 쓰다가 심상하게(얼떨결에) 들어주게 되는 것이다. 만일 속임을 당하는 쪽에서 6~7분의 정력을 써서 속이는 자의 사색(辭色, 말과 표정)과 기미(機微, 낌새나 조짐)를 보아 한 두 가지의 어긋나는 단서를 잡아내어 그 자취를 추심(찾아내어 따져봄)한다면 그의 꾀는 다 드러날 것이다.


-최한기(崔漢綺1803-1879), '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속인다(欺有欲人)', 인정(人政)제 1권 / 측인문 4(測人門四)/행사(行事)-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이전문 (역) ┃ 1980


"우리의 문화는 이제 텔레비전의 인식론에 거의 다 길들여졌다...우리는 텔레비전을 통해 규정되는 진실, 지식, 사실을 너무도 철저하게 받아들이기에, 쓸모없는 것들이 중요한 것인 양, 그리고 모순된 것들이 대단히 합리적인 양 우리 안에 가득 들어앉게 되었다...텔레비전에서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늘 텔레비전을 본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대중이 하찮은 일에 정신이 팔릴 때, 끊임없는 오락활동을 문화적 삶으로 착각할 때, 진지한 공적 대화가 허튼소리로 전락할 때, 한마디로 국민이 관객이 되고 모든 공적 활동이 가벼운 희가극과 같이 변할 때 국가는 위기를 맞는다. 이때 문화의 사멸은 필연적이다."-닐 포스트먼('죽도록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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