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좋아하고 미워함을 진실되게 하라
좋아할 만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일에 유익하기 때문이니 좋아하지 아니하면서 등용하면 반드시 일을 해치게 되고, 미워할 만한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일에 해롭기 때문이니 미워하지 않으면서 물리쳐 내치면 반드시 일을 해치게 된다.
지위가 있는 사람은 직임(職任)으로 일(事)을 삼고, 직위가 없는 선비는 도학으로 일을 삼고, 범민(凡民)은 농업이나 공업이나 상업으로 일을 삼는다. 그러나 일용상행(日用常行, 일상적인 삶의 행위)이나 사람을 기다려서 성사할 수 있는 것(인간관계)에 이르러서는 귀천과 노소할 것 없이 모두 여기에 종사하는 것이니, 일(각자의 삶과 연관된 이해관계)에 따라 좋아하고 미워함은 절로 법칙이 있다.
사람의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은 각각 같지 않으니, 진실한 것을 숭상하는 사람은 진실한 것을 좋아하고 허망한 것을 미워하며, 허망한 것을 힘쓰는 사람은 허망한 것을 좋아하고 진실한 것을 미워하며, 선을 하는 사람은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며, 불선을 하는 사람은 불선을 좋아하고 선을 미워한다.
그러므로 좋아할 만한 것을 좋아하고 미워할 만한 것을 미워하는 것이 바로 진실되게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사람은 반드시 일이 있는 것이니, 일에 유익한 것이 바로 좋아할 만한 것이요 일에 해로운 것이 바로 미워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좋아할 것인지 미워할 것인지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능히 좋아하고 미워함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하는 일의 이해를 참으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니, 만약 참으로 알고 있다면 어찌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이 진실한 도리를 얻지 못할 것을 걱정하겠는가.
그러나 좋아함이 지나친 것은 그 해독이 얕지만 미워함이 지나친 것은 해독이 깊은데, 좋아하고 미워함에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이 바로 중도를 얻은 것이다.(옮긴이 주: 이 단락의 원문은 然好之甚者其害淺 惡之甚者其害深。 그러나 좋아함이 지나친 것은 그나마 해독이 얕지만, 미워함이 지나친 것은 그 해독이 심하고 깊다. 好之惡之 無過不及 是爲得中也, 좋아하든 미워하든 지나친 것이 없어 뭔가 부족한 듯한 그것이 바로 중도를 얻은 것이다)
좋아하고 미워하는 일에 있어서는 지위와 직업에 따라 좋아하는 바와 미워하는 바가 각각 다르지만, 좋아하고 미워하는 마음에 있어서는 귀천이나 중과(衆寡, 숫자나 수량의 많고 적음)를 가릴 것 없이, 순한 것(도리에 맞고 올바른 것)을 좋아하고 거슬리는 것을 미워하는 것(好順惡逆)은 누구나 같다.
-최한기(崔漢綺1803-1879), '호오(好惡)를 진실하게 한다(眞好惡)',『기측체의(氣測體義)/ 추측록(推測錄) 제6권/추물측사(推物測事)』-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이종술 (역)┃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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