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남을 아는 것은 자기를 얼마만큼 아느냐에 좌우된다
자신을 아는 것의 천심주편(淺深周偏 얕고 깊음, 두루 넓거나 치우침)은 마땅히 남을 아는 것의 천심주편으로 그 우열(優劣)을 결정하여야 한다. 남을 아는 것이 깊은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아는 것도 깊고, 남을 아는 것이 얕은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아는 것도 얕으며, 두루하고 치우침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을 안다고 하는 것이 어찌 자기의 사정(事情)만 알고 남의 사정을 모르는 것이랴! 자기를 다하고(盡己 진기) 사물까지 다한(盡物 진물)뒤에야 바야흐로 자신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니, 만일 능히 남을 아는 도(道)를 다하지도 못하면서 문득 자신을 밝게 안다 하는 사람은 반드시 식견이 천박하고 치우친 사람이다.
능히 남을 아는 도(道)를 다하는 사람은, 혹 자신을 아는 것에 다하지 못한 것이 있지 않을까, 또 자신을 아는 것이 비록 다하였더라도 혹 남을 아는 데 다하지 못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항상 생각하여, 양쪽을 서로 참작하여 드러내니 바로 이것이 추측(推測)의 도(道)이다. 하물며 자신을 아는 것과 남을 아는 것에는 원래 일정한 준적(準的)이 없어 항상 때에 따라 알맞음을 얻는 데 있음에랴!
무릇 자신을 아는 것이 어려운 까닭은 기질(氣質)의 병에 있고, 남을 아는 것이 어려운 까닭은 때에 따라 변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기질의 병이 무엇인지를 알고 또 때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가를 안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알고 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최한기(崔漢綺1803-1879), '자신을 아는 것과 남을 아는 것(推己測人)',『기측체의(氣測體義)/ 추측록(推測錄)/제5권/』-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조준하 (역) ┃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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