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전산문] 육체의 눈과 마음

눈은 색(色)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듣지만 그것을 분별하여 취하고 버리는 것은 마음이다. 그러므로 문견(聞見)의 주비아속(周比雅俗)은 다만 듣고 보는 것만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분별하여 취하고 버릴 줄 아는 것을 가지고 말한 것이다.


편벽된 사람의 문견(聞見)이라고 어찌 언제나 두루 함께 미치지 못하며, 속된 사람의 문견이라고 어찌 언제나 고아함에 미치지 못하였겠는가? 이는 마음의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같지 않으므로, 취사(取捨)하는 것 역시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 이목(耳目)이 채 미치지 못하여 선하게 되지 못한 사람도 있으니, 이는 배우지 않고도 잘하는 사람에게 비견하여 책망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미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도 끝내 선하게 되지 못한 자는 선입관(先入觀)에 얽매여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주(周) :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며, 앎에 있어 남과 자기를 구별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일을 미리 긍정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오직 의(義)만을 따를 뿐이다.

비(比) : 자기와 같은 무리는 서로 추장(推獎)하고 자기와 다른 자는 기필코 비난하여, 조정(朝廷)에서는 붕당(朋黨)을 이루고 사림(士林)에서는 파벌[門戶]을 조성한다.

아(雅) 경쇠(磬)가 운림(雲林)에서 울리는 듯하고 연꽃이 흙탕물 속에서 핀 것과 같다. 이는 청허(淸虛)함을 숭상하는 것이 아니라 군자의 지조(志操)이다.

속(俗) : 본디 변통에 어두워 몹쓸 폐단을 이럭저럭 인습(因襲)하여, 일정한 표준이 없고 오직 남을 시비하는 것만 일삼는다.


-최한기(崔漢綺 1803~1877), '문견에 대하여(聞見)', 인정(人政) 제7권/측인문 7(測人門七)-


▲원글출처:ⓒ 한국고전번역원 ┃ 이동희 (역) ┃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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