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문채(文彩)의 중요성
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들이 걸핏하면 ‘사달(辭達)*’을 구실로 삼곤 한다. ‘사달’이라는 말이 물론 성인께서 하신 말씀이긴 하다. 그러나 또 “말한 것이 문채가 나지 않으면 멀리 전해질 수 없다.(言之不文 行而不遠)”고 유독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대저 자신의 의사를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면, 이제 그 바탕을 마련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문채(文彩)**가 더 가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빈빈군자(彬彬君子)라고 일컬어지면서 후세에 불후(不朽)하게 전해질 수가 있겠는가.
이와 관련하여 한자(韓子, 한유(韓愈))는 말하기를 “오직 상투적으로 쓰는 진부한 말들을 제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唯陳言之務去)”라고 하였다.
이렇게 본다면 예로부터 지금까지 글을 짓는 자들을 어찌 다 헤아릴 수가 있겠는가마는, 오직 진언(陳言 낡아 빠지고 케케묵은 말, 상투적인 말)을 내놓지 않는 자들만이 비로소 후세에 그 이름을 떨칠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이하생략)
※[역자 주]*
1.사달(辭達) : 언어의 목적은 자신의 의사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데 있다는 뜻으로 말한 공자의 말이다. 《論語 衛靈公》
2. 빈빈군자(彬彬君子) : 본바탕과 아름다운 문채, 즉 내용과 형식이 훌륭하게 조화된 군자라는 뜻이다. 《논어(論語)》 옹야(雍也)에 “바탕이 문채를 압도하면 촌스럽게 되고, 문채가 바탕을 압도하면 겉치레에 흐르게 되나니, 문채와 바탕이 조화를 이룬 뒤에야 군자라고 할 수 있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라는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
3.한자(韓子, 한유(韓愈))는 말하기를: 한유(韓愈)가 ☞〈이익에게 답한 글(答李翊書)〉에서, 자신의 문장 작법에 대한 태도를 밝히며, 여러 단계 중에서 우선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 대목이다.
-장유(張維 1539~1612), '간이당집(簡易堂集) 서(序)'부분, 『간이집(簡易集)』/ 간이당집 서/서(序)-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1999
※[옮긴이 주]**
1. 간이당집(簡易堂集)은 .최립(崔岦, 1539~1612)의 문집이다
2.문채(文彩/文采): '아름다운 광채, 무늬, 문조(文藻 문장의 멋)'(네이버 사전). 'Figure, 언어 규범을 벗어나려는 개성적 일탈의 양식'(문학비평용어사전, 국학자료원). 대략 문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문장의 어순이나 낱말의 철자법 등을 바꿔서 효과를 내는 말의 문채(반복법, 대구법 등) 그리고 말의 뜻을 바꾸어 쓰는 일체의 방법을 뜻하는 생각의 문채(비유)로 구분할 수 있다.(올리비에 르불, 수사학). 즉 문채는 글의 형식보다는 글의 내용면에서 글쓰는 이가 가진 독특한 개성과 지적 역량의 바탕에서 나오는 일종의 수사학적 기술이 되겠다. 다시 말하면, 문채란, 글에서 뜻이 더 명확해지고 의미가 더욱 풍성해지도록 꾸미고, 뒤틀고, 여백을 남기고, 함축하고, 비유하고, 반복하고, 덧붙이는 기술과 역량, 기타등등을 통털어 의미하는 말로 헤아려진다.
3. 빈빈군자(彬彬君子): 論語(논어) 雍也篇(옹야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원문은, 質勝文則野 질승문즉야 文勝質則史 문승질즉사 文質彬彬然後君子 문질빈빈연후군자. 여기서 문(文)은 글이나 지식, 학문 등을 직접적으로 의미한다기보다는 문(文)의 고유한 문자적 의미인 껍데기를 이루고 있는 '무늬'를 뜻한다. 예컨대 글이나 지식, 학문 등이 겉으로 드러나게 보이는 것들을 의미한다. 전후 맥락을 보면 문장에 대한 글이라기보다는 사람에게서 드러나는 인품을 논한 글이다. 즉, '사람의 바탕이 되는 본성(本質)이 겉에 치장된 무늬(文)보다 앞서면 무례하고 거칠어지고 그 반대면 듣고 보는 것만 그대로 받아 쓰는 겉만 번지르르한 글쟁이 관리(史官)와 다름없다, 껍데기를 꾸미고 있는 무늬(文)와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 마음의 본질(質 바탕), 즉 본성의 바탕을 이루는 내면과 겉으로 보이는 외면이 서로 어우러져 잘 조화를 이룬 뒤에야 비로소 참된 군자라고 할 수 있다.'라는 의미로 나름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관점에 따라 형식과 내용이라는 차원에서 좋은 문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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