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소인배(小人輩)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남의 힘을 빌려야만 일어설 수 있는 자는 어린아이이고, 남에게 빌붙어서 자라는 것은 담쟁이덩굴이고, 남이 하는 대로 따라서 변하는 것은 *영(影, 그림자)과 망량(魍魎, 사람이나 동물의 모습을 한 귀신, 또는 사물에 깃든 혼령, 즉 실체가 없는 껍데기)이고, 남의 물건을 훔쳐서 자기를 이롭게 하는 자는 좀도둑이고, 남을 해쳐서 자기를 살찌우는 자는 시랑(豺狼, 승냥이와 이리)이다.
사람이 혹시라도 이 다섯 가지 범주에 근접하게 되면, 군자(君子)에게서 버림을 받고 소인(小人)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데 아래의 두 가지는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범죄 행위이니 그래도 쉽게 면할 수 있다 하겠지만, 위의 세 가지는 눈에 잘 안 보이는 허물이니 살피기가 더더욱 어렵다 하겠다. 그러니 자신의 행실을 닦아 나가는 사람이라면 어찌 이를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아야만 남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있고, 스스로 설 수 있게 된 뒤에야 남에게 빌붙지 않을 수 있고, 확고한 신념을 지닌 다음에야 남을 따라다니지 않을 수 있고, 의롭지 못한 행위를 부끄러워할 줄 안 뒤에야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을 수 있게 되고, 어질지 못한 것을 미워하게 된 뒤에야 남을 해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한다면, 의리(義理)와 이욕(利慾)을 분간해 내는 바로 그것이다.
*[역자 주] 영(影)과 망량(魍魎) : 영은 짙은 그림자, 망량은 영(影) 밖에 다시 형성된 옅은 그림자를 가리킨다. 《莊子 齊物論》
- 장유(張維, 1587~1638), '군자에게 버림 받고 소인으로 전락하는 길[君子之棄小人之歸] / 의리와 이욕(利慾)의 분별[義利之辨]',『계곡집(谿谷集)』/계곡만필(谿谷漫筆) 제1권-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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