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우물 안 개구리와 여름 벌레

우물 안의 개구리는 바다를 의심하고 여름 벌레는 얼음을 의심하니(井蛙疑海夏蟲疑氷), 이것은 보는 것이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의 군자라고 하는 이들 역시 조금 이상하다 싶은 자연의 현상이나 변화에 대해서 듣기라도 하면, 문득 손을 내저으며 믿지 않고 말하기를 “세상에 어찌 그럴 리가 있겠는가?”라고 한다. 


이것은 그 안에 없는 것이 없는 천지(天地)의 위대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자기 견해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여, 일체 거짓으로 여겨 무시해 버린다면, 얼마나 옹졸한 생각이라고 하겠는가?


옛날 위 문제(魏文帝 조비(曹丕))가 《전론(典論)》을 지을 때, 처음에는 화완포(火浣布,불에 타지 않는 직물, 즉 석면포(石綿布)를 말한다.)가 없다고 생각했다가, 뒤에 가서 그 잘못을 깨닫고는 다시 고쳐 바로잡았었다. 위 문제처럼 박학(博學)한 인물에게도 오히려 그런 실수가 있었는데, 하물며 후대의 사람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성인께서 많이 들으려 하시면서, 의심스러운 것은 그대로 놔 둔 채 전하는 것을 귀하게 여긴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역자 주]

1.《논어(論語)》 술이(述而)에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행하는 짓을 나는 하지 않는다. 많이 듣고서 좋은 점을 가려 따르며, 많이 보고서 기억한다면, 원래부터 아는 자의 버금은 갈 것이다.[蓋有不知而作之者 我無是也 多聞 擇其善者而從之 多見而識之 知之次也]”라는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

2. 의심스러운 것 : 공자가 《춘추(春秋)》를 지을 때, 진상이 확실하게 밝혀진 사건은 분명히 기록하고, 의심스럽거나 확인이 안 된 경우에는 의문을 남겨둔 채 그대로 기록한 것[春秋之義 信以傳信 疑以傳疑]을 가리킨다. 《春秋穀梁傳 桓公 5年》


- 장유(張維, 1587~1638),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의심하고, 여름 벌레는 얼음을 의심한다(井蛙疑海夏蟲疑氷)',『계곡집(谿谷集)/계곡만필 제2권/만필(漫筆)』 -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1997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