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군자가 세속의 유행을 따름에 대하여
굴자(屈子 초(楚) 나라 굴원(屈原))의 《이소경(離騷經)》에 “수피둘기 울면서 가게 해 볼까, 경조부박(輕佻浮薄) 꾀 부리는 그 놈도 미워.[雄鳩之鳴逝兮 余猶惡其佻巧]”라고 하였다. 비둘기는 타고난 성품이 지극히 어리숙해서 자기 보금자리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놈이다. 그런데 굴자가 오히려 꾀를 부린다고 미워한 것은, 대개 옛날에는 어리숙했던 이들도 지금에 와서는 동화되어 꾀를 부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경(詩經)》 소완(小宛 소아(小雅)의 편명임)에도 “왔다 갔다 콩새들, 마당에 모여 들어 곡식 낱알 쪼아 먹네.[交交桑扈 率場啄粟]”라고 하였다. 절지(竊脂)는 원래 곡식을 먹지 않는데, 지금은 또한 곡식 낱알을 쪼아 먹는다고 하였으니, 이것도 굴자의 뜻과 같다고 하겠다.
시대가 내려오면서 풍속이 점점 잘못된 나머지 사람들 모두가 떳떳한 법도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군자(君子)라고 하는 이들마저 세속의 흐름을 따라 오염되고 말았으니, 시인의 그 뜻이 깊다고 하겠다.
- 장유(張維, 1587~1638),『계곡집(谿谷集)/계곡만필(谿谷漫筆) 제2권/만필(漫筆)』중에서-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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