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용렬한 사람

용렬한 사람을 제어하는 것은 악한 사람을 제어하는 것보다 어렵다. 악한 사람은 필시 자부심이 강한 자일 것이니(자기가 하는 것이 악하고 나쁜 것임을 알고 행한다는 의미, 즉 확신범),잘 제어한다면 무슨 일이든 잘 해 낼 터이지만 용렬한 사람을 어디에 쓰겠는가. 


그의 뜻을 따라 주면 환심은 사겠지만 일을 망칠 것이고 뜻을 따라 주지 않으면 불만을 품고 자신을 부리는 사람이 패망하기를 바랄 것이니, 용렬한 사람을 대하기가 참으로 어렵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용렬한 사람이 되는 것을 죽는 것보다 수치로 여긴다. 무신년(1728, 영조 4) 난리 때 청안 현감(淸安縣監) 이정열(李廷說)이 적에게 인부(印符)를 잃고 서울로 붙잡혀 왔다. 이정열은 임금의 혈족이고 색목(色目 정치당파)도 역도(逆徒)들과 달랐으므로 영조는 그를 살려주려고 하여 물었다. “인부를 네가 주었느냐, 적이 빼앗아 갔느냐?”


그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주었다고 하면 권병(權柄)이 그래도 나에게 있지만 빼앗겼다고 하면 스스로 용렬한 사람이 될 뿐이니, 차라리 죽을지언정 어찌 용렬한 사람이 되겠는가.’ 하고는 대답하기를, “제가 주었습니다.” 하였다. 마침내 그는 처형되었다.


거짓 군자 되기는 쉽지만 진짜 소인되기는 어렵고, 거짓 도학자 되기는 쉽지만 참다운 사대부 되기는 어렵다. 거친 객기로는 치욕을 참지 못하니 작게는 일을 그르치고 크게는 화를 자초한다. 


귀하다고 교만해지고 젊다고 방자해지며, 늙었다고 나약해지고 가난하다고 초라해지는 자는 모두 배우지 못한 사람이다.


-성대중(成大中, 1732∼1809), 청성잡기(靑城雜記)/ 성언(醒言)-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윤미숙 김용기 (공역) ┃ 2006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가 어렵다. 가까이 하면 불손하고 멀리 하면 원망한다.”(공자,논어 양화편)

"남의 비밀을 살피지 말고, 남의 재주를 가리고 따지지 말며, 남이 나에게 극진히 잘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남이 나에게 충성을 다하기를 바라지 말라.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사람은 그 말이 일관성이 없이 번잡하고, 마음에 주관이 없는 사람은 그 말이 과격하고 거칠다. 사람의 얼굴을 관상(觀相)하는 것은 사람의 말을 들어 보는 것만 못하고, 사람의 말을 들어 보는 것은 사람의 일을 살펴보는 것만 못하고, 사람의 일을 살펴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만 못하다."-성대중<청성잡기,질언(質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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