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참으로 알 수 없는 일

내가 젊었을 때 동음(洞陰 지금의 경기도 포천군 영중면)에서 박공 필점(朴公弼漸)을 만난 적이 있는데, 공이 내게 근자에 글을 많이 읽느냐고 묻기에 “벼슬길에 나선 뒤로는 많이 읽지 못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공이 “글을 읽지 않으면 어떻게 의심나는 일을 결정하겠는가.(何以決疑事耶 즉 어찌 의심스런 일들을 바르게 판단하고 분별하겠는가?)” 하였는데, 늙어갈수록 더욱 그 말이 의미심장함을 알겠다. (하략)(청성잡기 제5권 성언/'독서와 박공(朴公)의 가르침')


남에게 오만하게 굴면서 남이 공손해 주기를 바라고, 남에게 야박하게 하면서 남이 후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면 세상에 이런 이치는 없으니, 이것을 강요하면 화가 반드시 이른다. 


자기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서 남이 말하지 못하게 하고, 자기가 일을 망쳐놓고서 남이 질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걸주의 포악함으로도 하지 못하는데 필부가 어찌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청성잡기 제4 권 성언/'자신을 먼저 돌아보라')


내가 평생 동안 두고두고 생각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나는 하루도 독서를 안 한 날이 없지만 일처리는 이치에 합당하지 못하고 마음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평생토록 글 한 자 읽지 않았는데도(彼終年不讀一字, 즉 글 한자도 제대로 바르게 읽지 않았다는 의미) 스스로 일마다 이치에 합당하다고 여기는 저자들은 도대체 어떤 공부를 하였기에 그러한가? 


내가 스스로 돌아보면 때때로 천박하여 미천한 종에게조차 부끄러운 점이 많이 있다. 하지만 남들은 나를 볼 때 그래도 가증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남들에게 미움을 받아 언행이나 모습이 좋지 못하다고 지목받는 저자들은 그 마음이 도대체 어떤 상태인 것일까? 


속을 들여다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이 두 가지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청성잡기 제4권 성언/'평생이해할 수 없는 두가지')


※[역자 주]성언(醒言) : 사람을 깨우치는 말이란 뜻으로, 총 3권에 인물평 및 일화, 사론(史論), 필기(筆記), 한문단편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성대중(成大中, 1732∼1809), 청성잡기(靑城雜記)/ 성언(醒言) 중에서 부분 발췌-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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