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선과 악은 모두 나의 스승이다
선과 악은 모두 나의 스승이니, 선은 따르고 악은 고치면 모두 나에게 보탬이 된다. 그렇지만 선을 본받는 데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그러므로 제대로 본받기도 하고 제대로 본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악을 거울삼는 데는 한 가지 길뿐이다. 그러므로 악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 선을 스승으로 삼는 것보다 쉽다.
안자(顔子)와 증자(曾子)는 공자에게 배웠으니, 스승과 제자라는 명칭이 있은 이래로 누구도 이들보다 훌륭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터득하지 못한 점이 있는 것은 배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안자와 증자도 오히려 그러하였는데 더구나 다른 사람의 경우에 있어서이겠는가?
하나라 걸왕(桀王)과 도척(盜跖)의 악(惡)은 사람들이 모두 거울삼을 수 있으니, 그것과 반대로 하면 요(堯) 임금, 순(舜) 임금이 될 수 있음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이 쉬울 따름이다.
유현덕(劉玄德 유비(劉備))은 이렇게 말하였다. “조조(曹操)가 급하게 하면 나는 여유롭게 하고, 조조가 포학하게 하면 나는 인자하게 하고, 조조가 속임수를 쓰면 나는 정도(正道)를 써서 매사에 조조와 반대로 하여야 성공할 수 있다.” 악을 스승으로 삼기를 이처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성대중(成大中, 1732∼1809), '악을 스승으로 삼는 방법', 청성잡기(靑城雜記) 제3권 / 성언(醒言)-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윤미숙 김용기 (공역) ┃ 2006
*옮긴이 주: 윗글과 맥락이 통하는 한자성어로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있다.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면, '1. 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부정적인 면에서 얻는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는 대상을 이르는 말', 2. (정치)극히 나쁜 면만을 가르쳐 주는 선생이란 뜻으로, 중국에서 제국주의자ㆍ반동파ㆍ수정주의자(수정자본주의자)를 이르는 말'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는 고사성어가 아니다. 중국고전이나 우리 옛글에는 없는 말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 문화혁명당시 모택동이 한 말속에 나온다. 사전(事典)에 열거된 체제에 반하는 반동분자(불순분자)들을 지적하며 ‘가장 심한 범죄를 저지른 자 이외에는 소수의 나쁜 사람들을 체포하거나, 가두거나, 제명하지 말고 단위(單位, 소속 기관 및 직장)에 남겨 그의 모든 정치적 세력을 박탈하고, 고립시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모택동 어록)라고 말한 것을 일본언론이 차용하여 성어(成語)로 상용하였다. 모택동이 말하는 바 '반면교사'라 함은 '혁명에 위협이 되기는 하지만 그반면에 일반대중에게 교훈이 되는 계급이나 집단 혹은 개인으로 부정적이고 잘못된 본보기로 삼을 수 있는 사람들"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말이 사용된 실제 내용의 전체를 생각한다면 정치적으로 사람을 특정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아주 끔찍한 것이다. 자유, 정의, 사랑 등등처럼 말과 글이란 누가 어떤 목적, 어떤 의도와 관점을 가지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때론 그 의미가 전혀달라지기도 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면교사'라는 말자체를 떼어놓고 따로 본다면 그자체에 담긴 의미는 의외로 깊은 교훈을 가지고 있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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