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오만을 경계하다

사람에겐 세 가지 병이 있다(民有三疾). 광(狂)이 그 중의 하나다. 광(狂)은 오히려 가르칠만 하다. 하지만 오만(傲慢)은 가르친단 말을 듣지 못했다. 오만은 덕을 흉하게 하는 까닭이다. 실로 사람의 악이 아닐 수 없다.


너는 어찌 그리도 어리석길래 이 오만의 이름을 덥석 받았단 말인가? 힘써 바라는 것에 진실이 있을진대, 이름이 훼손된 것에 어찌 원인이 없겠는가. 네가 군자로써 오만하면 네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네가 소인으로써 오만하면 스스로 화를 불러들일 따름이다. 


네가 지금 스스로 오만함의 구덩이에 빠졌으니, 비웃음 당하고 꾸지람을 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허나 비록 남이 네 허물을 들먹인다할지라도, 네 스스로는 그것들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참조: 번역글이 쉽게 와닿지 않아서 4자형식의 잠(箴)을 나름 읽기 쉽게 풀어서 옮겼다)


-김정희(金正喜,1789~1856), '잠오(箴傲)', 완당전집(阮堂全集) 제7권 / 잠(箴)-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신호열 (역) | 1988


※[옮긴이 주]  

1. 사람에게 있는 세 가지 병(民有三疾)은 광(狂)ㆍ긍(矜)ㆍ우(愚)를 말한다. 《논어(語論)》 양화(陽貨)에 나온다. "옛날에 백성들은 세 가지 병폐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마저도 없다. 옛날의 광은 방자한 것이었는데, 지금의 광은 방탕할 따름이다. 옛날의 긍은 모난 것이었는데, 지금의 긍은 화를 내는 사나운 것이다. 옛날의 어리석음은 곧음이었는데, 지금의 어리석음은 속이는 것이다." 주자는 광(狂)을 해석하기를 뜻과 바램이 너무 높은 것, 긍(矜)은 지키는 것이 너무 엄격한 것, 우(愚)는 사리에 어둡고 밝지 못한 것이라고 풀이하였다. 논어 자로편에서는, 광자(狂者)는 뜻은 매우 높지만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2.오만(傲慢):"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 또는 그 태도나 행동" (네이버사전)을 말한다.  다른 옛글을 찾아보면, 오만은 자신을 귀하게 하고자 할때 악의 뿌리로부터 필히 생기는 칠지(七枝)의 하나로 보았다(성호사설, '칠극'). 오만은 그리스어 '휴브리스(hubris)'에 해당되는 말로, 인간이 자만심에 빠져 신을 모욕하거나, 무례한 태도, 행위등을 신앞에서 꺼리낌없이 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과도한 자기애에 기반한다. 즉 '자신이 현재의 삶에서 누리고 있는 혜택이나 특권을 스스로 성취했다'고 착각하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사람이 그가 가진 원래의 초심을 망각하는데서 비롯된 극도의 자만심이자 과도한 자기확신에 나오는 태도나 행동이 곧 오만이라 하겠다. 그리스 비극에서 오만(휴브리스hubris)은 반드시 운명의 역전(페리페테이아 peripeteia)을 불러오고, 페리페테이아는 필연적으로 응보(네메시스nemesis)를 불러와 마침내 비극의 종말을 고한다고 한다. 오만은 그야말로 악의 뿌리로 인간을 비극에 이르게 하는 첫 단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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