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조명풍(釣名諷 )
고기 낚는 것은 고기먹는 이득이 있지만 이름을 낚아서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이름이란 곧 그 대상의 실체이니 주체가 있으면 실체는 스스로 이르는 법. 실체 없이 헛이름만 누린다면 결국은 그 몸에 더러운 껍데기만 가득 쌓일 뿐이라네
용백(龍伯)은 여섯 마리 큰 자라 낚았는데 그가 낚은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었고, 강태공이 문왕을 낚을 때에는 원래 그 낚시엔 미끼라곤 없었다네
그러나 이름 낚기는 이와 달라 한때의 요행수 일뿐이라네. 마치 추한 여자가 분짙게 발라 화장하고 꾸며서 잠깐 이쁜 것처럼, 화장이 지워지면 결국 추한 민낯이 드러나 보는 사람이 마침내 질겁하고 피함과 같다네
이름을 낚아 어진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어느 시대인들 안영(顔子)같은 어진 현인이 왜 없으랴! 이름을 낚아 선하고 훌륭한 벼슬아치가 될 수 있다면, 세상 어느 고을인들 지혜롭고 훌륭한 관리가 왜 없을 수 있으랴
야비하여라 겉과 속다른 저 공손홍(公孫弘)은 정승이 되어서 삼베이불을 덮었다네. 치졸하기도 하여라 무창태수는 돈을 주고서 우물물을 마셨다네.
청렴결백하면서도 행여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한 양진(楊震)이야말로 참 군자였네. 내 여기 조명편을 지어서 이름낚기를 좋아하는 선비를 풍자하노라.
-이규보(李奎報, 1167~1241) 漢詩, '이름 낚기를 풍자하다'(釣名諷 조명풍)', 全文-
※참조: 한국고전번역원(동문선 제4권 오언고시 '조명풍(釣名諷)'/양주동 역)의 번역글을 표절하여 원문의 맥락에 맞게 나름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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