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허물을 고치는 것에 대하여

허물을 부끄럽게 여겨서 아닌 것처럼 조작하지 말라. 《서경(書經)》 〈열명(說命)〉. 채씨(蔡氏)가 말하기를, “허물(過誤, 과오)은 우연히 생기는 것이지만, 그것을 허물이 아닌 것처럼 조작하는 것은 고의(故意)에서 나온다.” 하였다.자공(子貢)이 말하기를, “군자의 허물은 일식(日食)이나 월식(月食)과도 같아서, 허물이 있을 때는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고, 고치면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본다.” 하였다. 《논어》 아래도 이와 같다.

면재 황씨(勉齋黃氏 황간(黃榦))가 말하기를, “허물이 있을 때는 명백하게 드러나서 덮거나 가리움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다 볼 수 있으며, 허물을 고치고 나면 맑고 투명해져서 티나 흠(瑕疵)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다 우러러본다.” 하였다.


자하(子夏)가 말하기를, “소인(小人)은 허물이 있으면 반드시 꾸민다.[文]” 하였다.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문(文)이란 꾸민다는 뜻이다. 소인은 허물 고치기를 꺼리고 스스로 속이는 것은 꺼리지 아니하므로 반드시 허물이 아닌 것처럼 꾸며서 그 허물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하였다. 


○ 신안 진씨(新安陳氏 진력(陳櫟))가 말하기를, “군자는 허물을 숨기지 않기 때문에 허물이 생기면 사람들이 볼 수 있고, 허물을 빨리 고치기 때문에 허물이 없어지면 사람들이 다 우러러볼 수 있다. 해와 달이 일식이나 월식을 면치 못하나 도로 밝아지면 광명에 손상될 게 없는 것과 같다. 소인(小人)은 허물을 숨겨서 덮어 가리며, 잘못을 고치지 않고 고집하거나 고치는 데 인색하여 그 허물을 더욱 무겁게 하여 더욱 어두워지고 더욱 심해진다. 어찌 해와 달같이 명백하고 투철한 기상이 있겠는가.” 하였다.


자로(子路)는 남들이 허물을 일러 주면 기뻐하였다. 《맹자》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그는 자신에게 허물이 있다고 충고하는 말을 듣고 고치는 것을 기뻐하였으니, 그가 스스로 몸을 닦는 데 이와 같이 용감하였다.” 하였다. 


○ 주자(周子)가 말하기를, “중유(仲由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자기의 허물을 듣기를 기뻐하여서 훌륭한 명성이 무궁하였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허물이 있을 때 남이 지적해 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병을 숨기고 의사(醫師)를 꺼려 자기의 몸을 죽음에 빠뜨리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니 슬픈 일이다.” 하였다. 


○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자로(子路)는 영원한 스승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였다. 


○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진실로 자신의 허물을 듣기 원한다면 다만 일러 주는 말을 하나하나 너그럽게 수용해야 하되 다시 그것이 사실이다 아니다 따지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큰일이건 작은 일이건 사람들이 다 말하여 주기를 좋아하여 숨기는 마음이 없을 것이다. 만약 자잘하게 계산하고 비교하여 기어이 변명하고 논쟁한다면 아마 허물을 일러 주면 기뻐한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하였다.


- 이이(李珥, 1536~1584), '허물을 고치는 것에 대하여' 중에서, 율곡선생전서 제22권/ 성학집요(聖學輯要) 4/ 제2 수기(修己)/제10장 회덕량(恢德量)-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권오돈 권태익 김용국 김익현 남만성 성낙훈 안병주 이동환 이식 이재호 이지형 하성재 (공역) ┃ 1968


※[옮긴이 주]

1.주자(周子): 주돈이(周敦頤1017~1073). 도학(道學)의 창시자로 성리학의 기초를 세운 중국 북송의 유학자, 사상가다. 호는 염계(濂溪)로 흔히 주염계(周濂溪)라고도 한다. 송나라 시대 유학의 형이상학적 사유는 주돈이에 의하여 시작되었다고 말해지곤 한다.

2.정자(程子)송대의 유학자 정호(程顥, 1032~1085) · 정이(程頤,1033~1107)의 두 형제를 통칭하는 존칭어이다. 주돈이에게서 공부를 하였다. 형 정호는 정명도(程明道) 명도선생, 동생 정이는 정이천(程伊川), 이천선생이라고도 불리운다. 두 형제의 학문과 사상은 후일 주자(주희)와 왕양명에게 학문과 사상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 즉 성리학과 양명학의 원류가 되는 학문적 사상을 정립하였다.

3.주자(朱子)주희(朱熹, 1130 ~1200), 중국 남송의 유학자로 주돈이, 정호, 정이, 장재(횡거 선생(橫渠先生),장자(張子))의 학문과 사상을 이어받아 유학을 집대성하였으며, 성리학(주자학)을 창시하여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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