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헛된 비방을 그치게 하는 방법
나를 훼방하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돌이켜 자신을 살펴보아야 한다. 만일 내가 정말 훼방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있었다면 스스로를 꾸짖어 허물을 고치기를 꺼리지 말고, 만일 나의 과실이 매우 적은데 그가 보태어 말했다면 그의 말이 지나쳤더라도 나에게 실로 훼방받을 근거가 있었으니, 역시 전날의 잘못을 철저하게 끊어 털끝만큼도 남기지 말아야 하고, 만일 나에게는 본래 허물이 없는데, 헛된 말을 지어낸 것이라면 그는 망녕된 사람일 뿐이니 망녕된 사람과 어찌 허실(虛實)을 따지겠는가.
그리고 헛된 비방은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구름이 허공에 떠 있는 것과 같으니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이러고 보면 비방이 생겼을 때 내게 허물이 있으면 고치고 없으면 허물을 안 짓도록 더욱 힘쓸 것이니 나에게 유익하지 않는 것이 없다.
만일 그런 비방을 듣고 시끄럽게 자신을 변명하여 자기가 허물이 없는 사람이 되려고만 한다면, 그 허물은 더욱 깊어지고 비방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옛날에 어떤 이가 비방을 그치게 하는 방법을 물으니, 문중자(文中子, 수나라의 유학자 왕통)가, “자신을 수양하는 것만 한 것이 없다.” 하여 그 사람이 다시 한마디를 청하니, “변명하지 않는 것이다.” 하였다. 이 말이 배우는 자의 법이 될 만하다.
- 이이(李珥, 1536~1584), 율곡선생전서 제27권/ 격몽요결(擊蒙要訣)/ 제9장 접인(接人)-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권오돈 권태익 김용국 김익현 남만성 성낙훈 안병주 이동환 이식 이재호 이지형 하성재 (공역) ┃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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