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배움을 방해하고 마음을 해치는 나쁜 습관 8가지

사람이 비록 학문에 뜻이 있어도 용맹스럽게 앞으로 나아가 성취할 수 없음은 옛 습관이 방해함이 있어서이다. 아래에 열거한 옛 습관의 조목을 뜻을 가다듬어 확실히 끊어 버리지 못한다면, 끝내 학문할 바탕이 없을 것이다.


첫째, 뜻을 게을리하고 그 몸가짐을 함부로 하고, 다만 편히 지낼 것만 생각하고 구속되기를 몹시 싫어하는 것.

둘째, 항상 돌아다닐 생각만 하고 조용히 안정하지 못하며, 분주히 드나들며 떠들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

셋째, 같은 것은 즐기고 다른 것은 미워하여, 속된 데로 빠져들었다가 좀 신칙(申飭 단단히 타일러서 경계함)해 보자니 무리와 어긋날까 두려워지는 것.

넷째, 글을 꾸미기를 좋아하여 세상에서 칭찬받기를 좋아하며, 경전의 글을 따다 문장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

다섯째, 편지글을 짓고 거문고 타고 술 마시는 것을 일삼으며 일 없이 세월을 보내면서도 스스로는 깨끗한 운치라 여기는 것.

여섯째, 한가한 사람들을 모아 놓고 바둑이나 장기 두기를 즐기며 종일토록 배불리 먹을 것을 다투는 데만 쓰는 것.

일곱째, 부귀를 부러워하고 빈천을 싫어하여 나쁜 옷 입고 거친 음식 먹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것.

여덟째, 기욕(嗜慾,좋아하고 즐기려는 욕심)을 절제하지 못하여, 금전의 이익과 노래와 여색을 꿀맛처럼 달게 여기는 것.


옛 습관 중에 마음을 해치는 것이 대개 이와 같은데 그 나머지는 다 열거하기 어렵다. 이러한 습관은 사람의 뜻을 견고하지 못하게 하고 행실도 독실하지 못하게 하여, 오늘 한 것은 내일도 고치기 어렵게 하고 아침에 후회하였던 행동을 저녁에 다시 저지르게 하니, 모름지기 용맹스러운 뜻을 크게 떨쳐 한칼에 나무를 뿌리째 베 버리는 것처럼 하고 마음을 깨끗이 씻어 털끝만 한 찌꺼기도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때때로 통렬히 반성하여 마음에 한 점도 옛 습관에 물든 더러움이 없게 된 뒤에야 학문에 나아가는 공부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역자 주]격몽요결(擊蒙要訣) : 선생이 42세 때에 부제학을 사퇴하고 3월에 파주(坡州) 율곡(栗谷)에 돌아왔다가, 10월에 해주(海州) 석담(石潭)으로 가서 은병정사(隱屛精舍)를 짓고 제자를 가르칠 때에 지은 책으로 학자들에게 도학(道學)의 입문을 제시한 책이다. 격몽(擊蒙)은 몽매한 것을 물리친다는 뜻이다.


- 이이(李珥, 1536~1584), '혁구습(革舊習)', 율곡선생전서(栗谷全書) 제27권/ 격몽요결(擊蒙要訣)-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권오돈 권태익 김용국 김익현 남만성 성낙훈 안병주 이동환 이식 이재호 이지형 하성재 (공역) ┃ 1968


[옮긴이 주]도학(道學): 흔히 도학(道學)하면  노자, 장자를 연상하여 도가류의 도닦는 학문 즉 세상과 자기를 통합하거나 꿰뚫고 초월하는 신비한 어떤 술법이나 능력을 함양하는 형이상학적인 학문 같은 것으로 착각하거나 혼동한다. 하지만 유학에서 도(道)란, 이(理)의 다른 말로 흔히 착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도학(道學)은 주자 중심으로 형성된 신유학, 즉 성리학의 다른 말로 이학(理學)이라고도 부른다. 따라서 우리네 옛 선조들이 도학(道學)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인간의 도덕 즉 사람됨의 기본을 배우는 학문으로 성리학, 즉 도덕학(道德學)을 가르킨다. 도학의 목적은 자기수양을 위한 배움으로 위기지학(爲己之學), 그 요체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은 후에 남과 어울리고 다스린다는 수기치인(修己治人)에 있다. 


" 학문하지 않은 사람은 마음이 꽉 막혀 있고 식견이 좁다. 그때문에 모름지기 글을 읽고 그 이치를 잘 헤아려야 한다.  그 헤아림으로 마땅히 행해야 할 길을 밝힌 뒤에야 비로소 학문에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올바름을 얻고 실천함이 합당함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학문이 일상생활에 있는 줄은 모르고 망녕되게 높고 멀어 행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특별한 사람에게 미루고 자기는 자포자기하니, 얼마나 가엾은 일인가?" (이이, 격몽요결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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