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간언(諫言)을 따르는 것에 대하여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잘못을 바로잡는 말(法語)을 좇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잘못을 고치는 것이 소중하다. 완곡하게 일러 주는 말[巽言]을 즐거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뜻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이 소중하다. 즐겨 하면서 실마리를 찾지 아니하고, 좇는 체하면서 고치지 않는다면 나도 어찌할 수 없을 따름이다.” 하였다. 《논어》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법어(法語)라고 한 것은 바로잡는 말이고, 손언(巽言)이라고 한 것은 완곡하게 지도하는 말이며, 역(繹)이라고 한 것은 실마리를 찾는다는 뜻이다.
바로잡는 말은 사람이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좇는다. 그러나 행동을 고치지 않는다면 겉으로만 좇는 척할 뿐이다. 완곡하게 일러 주는 말은 귀에 거슬리는 것이 없으므로 반드시 즐겨한다. 그러나 그 말뜻의 실마리를 찾지 않는다면 또 그 은미(隱微)한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였다.
○ 또 말하기를, “한 무제(漢武帝) 같은 이는 급암(汲黯)의 곧은 것을 보고서 깊이 존경하고 두려워하여, 장막 속에서 급암이 아뢰는 말이 옳다고 하였으니 바른말을 좇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무제(武帝)는 속으로 욕심이 많으면서 겉으로만 인의(仁義)를 베풀었으니 어찌 겉으로만 좇는 것이 아니겠는가.
맹자가 색(色)을 좋아하고 재물을 좋아하는 것에 관하여 논(論)하였을 때 제 선왕(齊宣王)이 어찌 즐거워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만약 그 말뜻의 실마리를 알지 못한다면 그저 옛사람이 말한 ‘색을 좋아한다’는 것만을 알고, 그들이 능히 안으로는 남편 없는 여자(怨女)가 없게 하고, 밖으로는 아내 없는 남자(曠夫)가 없게 한 것을 알지 못한 것이다.
옛사람들이 말한 재물을 좋아한다는 것만을 알고, 그들이 머물러 살고 있는 자에게는 곡식을 쌓은 창고가 있게 하고, 여행하는 자에게는 휴대할 식량이 있게 하였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 양씨(楊氏)가 말하기를, “말을 해도 통하지 않고, 말을 막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그래도 낫다. 그는 혹 타이르면 오히려 고칠 수도 있고, 실마리를 찾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좇는 체하고 즐거워하는 듯하면서 고치지도 않고, 실마리를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람은 끝내 고치지도 않고, 실마리를 생각지도 않을 것이니, 이러한 자는 성인(聖人)이라도 어찌할 수 없다.” 하였다.
- 이이(李珥, 1536~1584), '간언(諫言)을 따르는 것에 대하여' 중에서, 율곡선생전서 제22권/ 성학집요(聖學輯要) 4/ 제2 수기(修己)/제8장 정심(正心) -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권오돈 권태익 김용국 김익현 남만성 성낙훈 안병주 이동환 이식 이재호 이지형 하성재 (공역) ┃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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