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선한 생각 속의 흉기
부귀를 가벼이 여겨도 부귀를 가벼이 여기는 마음을 가벼이 여기지 못하고, 명분과 의리를 중히 여기면서도 명분과 의리를 중히 여기는 마음까지 중히 여긴다면, 이는 사물로 치자면 티끌과 먼지를 쓸어내지 못한 것이며, 마음에 있어서는 그 맺힌 것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뽑아서 깨끗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거추장스런 돌을 치우고 나서 오히려 거기에 잡초가 다시 자라날까 두려워해야 한다.
어제의 잘못은 남겨두지 마라. 이를 그대로 남겨두면 뿌리가 타다 남아 다시 싹이 돋아난다. 그리하여 깨끗하지 못한 속된 마음이 다시 자라나서 도리를 추구하는 뜻(理趣)에 끝까지 누를 끼친다. 오늘의 옳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마라. 집착했다가는 찌꺼기가 제거되지 않아 오히려 이취(理趣)가 반전하여 욕심의 뿌리가 되고 만다.
선한 일을 하면서 자신이 남보다 높아지고자 하고, 은혜를 베풀면서 명예와 좋은 관계를 얻기 바라고. 행실을 닦으면서 세상이 놀랄 정도로 남달라 보이려하고, 절조를 지키면서 특별히 뛰어나 보이기를 바란다면, 이는 모두가 선한 생각 속의 흉기이고 참된 도리의 길에 돋아난 가시일 따름이다. 이러한 것들은 지니기는 쉬워도 뽑아 없애기는 참으로 어렵다. 모름지기 그 찌꺼기를 깨끗이 씻어 없애고, 그 싹을 잘라 없애야 겨우 본래의 참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홍자성(洪自誠 1593~1665), 『채근담(菜根譚)건륭본(乾隆本)』/수성(修省) 중에서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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