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위선은 악행보다 나을 것이 없다
♣악을 하되 두려운 줄을 알면 착한 길로 들어설 여지가 있고, 선행을 하되 위선에 흐르면 선 속에 악의 뿌리가 자란다.
세상에는 악한 짓을 하면서도 조금도 남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
런 사람은 전혀 구제 받을 길이 없다. 그러나 악한 짓을 하면서도 남이 알까봐 몹시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악한 짓을 하기는 하되 그 가운데 한 줄기 양심의 빛이 남아 있으니, 그래도 착한 길로 들어설 여지가 있어 좋다.
반면에 세상에는 착한 일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 가운데는 착한 일을 하면서 그것을 행여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가 하여 애를 태우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겉으로 착한 일을 하기는 하되, 마음 가운데 공명심이 자리 잡고 있으니, 착한 체 하는 마음, 곧 이것이 악의 뿌리다.
악의 뿌리에서 싹튼 善의 행위보다는 차라리 양심의 빛을 바탕으로 한 惡의 행위가 그래도 나을 것이다.
爲惡而畏人知하면 惡中에 猶有善路요 爲善而急人知하면 善處卽是惡根이니라.
악한 짓을 하되 남이 알 것을 두려워하면 악한 가운데 오히려 착한 길이 있고, 착한 일을 하되 남이 알아 줄 것을 급해 하면 착한 점이 곧 이것이 악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
♣군자의 위선적인 행위는 소인의 드러내 놓고 하는 악행보다 나을 것이 없다.
명색이 군자라고 하면서 속 다르고 겉 다른 위선적인 행위를 한다고 하면, 이것은 무식한 소인이 악한 짓을 드러내 놓고 마음대로 하는 것과 조금도 나을 것이 없다. 또 명색이 군자라고 하면서 이름에 또는 돈에 팔려 함부로 지조를 바꾼다고 하면, 이것은 망나니짓을 하던 소인이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사람이 된 것만 훨씬 못한 것이다.
君子而詐善은 無異小人之肆惡이요 君子而改節은 不及小人之自新이니라.
군자로서 善을 속인다면 小人이 惡한 짓을 마음대로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고, 군자로서 절개를 바꾼다면 소인이 스스로를 새롭게 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
♣도덕의 테두리 밖에서 자행하는 드러난 악행은 미치는 해독이 얕고, 도덕의 테두리 안에 숨어서 저지르는 악행은 미치는 해독이 깊다.
이익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예 道義(도의)의 테두리를 박차고 나가서, 도덕이니 의
리니 하는 것은 볼 것도 없고 오직 이익을 위하여 할 짓, 못할 짓 가리는 것이 없다. 그것은 또 어떤 사람의 눈도 거리낄 것이 없다. 그러므로 그가 저지르는 불의의 행위는 누구나 다 한 눈에 보고 알 수 있고, 알 수 있기 때문에 남에게 미치는 해독은 사실로 그리 크지는 못하다. 의롭지 못한 사람임을 알면서 누가 그에게 속겠는가!
그런데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와 다르다. 그는 도의의 테두리 안에 애써 끼어들어 입으로 남달리 도덕이니 의리니 외면서 속으로 명예를 위해서 안 하는 짓이 없는 것이다. 겉으로는 도의를 내세우면서 속으로 갖은 邪惡(사악)한 짓을 다하니 그것이 비록 은밀한 가운데서 벌어지는 일이라서 사람의 눈에 잘 뜨이지는 않으나, 숨은 악행이기에 남에게 미치는 해독은 더욱 깊은 것이다
好利者는 逸出於道義之外하나니 其害顯而淺하고 好名者는 竄入於道義之中하나니 其害隱而深이니라.
이익을 좋아하는 사람은 道義의 밖에 빠져 나오니, 그 해가 나타나나 옅고,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道義의 가운데에 뚫고 드니, 그 해가 숨어 있으나 깊다.
-홍자성 저, "채근담" (송정희역/올재 크래식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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