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군자와 소인의 차이

다스려지는 세상이라고 해서 소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 다스려지면 소인이 마음대로 하지를 못하고, 어지러운 세상이라고 해서 군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군자가 뜻을 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군자가 소인을 다스릴 때는 항상 여유를 두기 때문에 소인이 틈을 엿보다가 다시 일어날 수 있지만, 소인이 군자를 해칠 때에는 늘 참혹하게 하기 때문에 하나도 남김없이 멸절되고 만다. 그러다가 쇠퇴한 세상이 되고 보면, 소인을 제거하는 자도 곧 소인으로서 하나의 소인이 물러나면 다른 소인이 나아오니, 이기고 지는 자들 모두가 소인일 따름이다. 군자는 진출했을 때의 모습이 물러가 있을 때와 같은 데 반하여, 소인은 물러가 있을 때의 모습이 진출할 때의 그것과 같다. 군자는 말을 할 때의 모습이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와 같은데, 소인은 아무 말 않고 있을 때도 말할 때의 태도와 비슷하다.

양(陽)은 사람의 속성이고 음(陰)은 귀신의 속성이니, 낮은 사람의 세상이고 밤은 귀신의 세상이다. 양이 우세하면 음이 소멸되고 사람이 승하면 귀신이 없어진다. 안정되게 하는 것은 군자의 속성이고 혼란되게 하는 것은 소인의 속성이니, 청명한 조정은 군자의 세상이고 혼란한 조정은 소인의 세상이다. 군자의 힘이 자라나면 소인의 자취가 없어지고 소인이 진출하면 군자가 쫓겨난다.

-신흠(申欽, 1566∼1628),상촌집(象村集)/상촌선생집 제42권 외집 2 / 휘언(彙言) 2-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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