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아는 것

말해야 할 때 침묵을 지키는 것도 그르고 침묵해야 할 때 말하는 것도 그르다. 반드시 말해야 할 때 말을 하고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오직 군자이다. 

군자가 침묵할 때는 마치 현묘한 하늘과 같고 깊은 못과 같고 흙으로 만든 소상과 같으며, 말을 할 때는 구슬과 옥 같고 혜초와 난초 같고 종과 북 같다. 현묘한 하늘은 바라보아도 그 끝이 보이지 않으며, 깊은 못은 굽어보아도 그 밑이 보이지 않으며, 흙으로 만든 소상은 대면해도 그 게으른 용모를 볼 수 없다. 


구슬과 옥은 면류관의 장식을 할 수 있으며, 혜초와 난초는 향으로 피울 수 있으며, 종과 북은 하늘과 땅에 바칠 수 있으니 진귀하지 않으며 중요하지 않은가. 마른 나무처럼 침묵하고 배우와 같이 말하는 것을 나는 보고 싶지 않다.


-신흠(申欽, 1566∼1628), '어묵편(語口黑篇)', 상촌집(象村集)/상촌선생집 제39권 내집 제1 / 잡저(雜著) 1-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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