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사람이어야 참된 사물을 알아본다
만물에는 진짜도 있고 비슷한 것도 있다. 비슷한 것은 가짜이면서 진짜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어지럽힐 뿐만이 아니다. 진짜는 하나이지만 가짜는 백이니, 이를 어찌하겠는가. 사람의 사이비는 오직 순(舜)이 알고, 곡식의 사이비는 기(棄 후직(后稷))가 알며, 풀의 사이비는 신농(神農)이 안다. 그들이 알고서 버리고 취할 것을 판단해 주었기 때문에 망하지 않았고, 천하가 굶주리지 않았으며, 만민이 병들거나 요절하여 죽지 않았다. 그래서 거룩하며 신령스럽다고 말한다.
그러니 참된 사람이어야 참된 사물을 알아본다. 순이 아니면 어떻게 우(禹)를 알아보았겠으며, 후직(后稷)이 아니면 어떻게 벼나 기장을 알아보았겠으며, 염제(炎帝)가 아니면 어떻게 인삼과 백출(白朮)을 알아보았겠는가. 천지가 생긴 지 오래되었는데, 천지 사이에 있는 사물 중에 가짜가 점점 더 많아져서 거의 가짜가 조화를 바꿀 정도가 되었다. 그중 더러 왕왕 진짜도 있지만 진짜가 진짜인 것을 모른 채 진짜도 가짜에 섞여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진짜가 가짜에 섞여 있으면 도리어 가짜가 국면을 이루고 있는 것만 못하니, 이 역시 섞여 있는 상태를 달갑게 여길 뿐이다.
내가 소라를 먹는 기회에 소라와 비슷한 것이 수십 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소라 살이 톡 쏘아 삼킬 수 없는 게 십중팔구였다. 어린아이가 그 가짜를 먹으면 늘 식중독에 걸리는데도 여전히 그게 비슷하지만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세상에는 가짜 소라 같지 않은 자가 없으니, 원래 치세(治世)가 적고 난세(亂世)가 많은 것이 진실로 당연하다.
천도(天道)는 선을 좋아하고 참을 돕는데, 어찌 그리 사이비가 많이 나와서 진짜를 어지럽히는가. 선을 사랑하고 참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왜 그런가. 사물에는 귀천이 있는 것이 사물의 실정이다. 천한 사물이 없으면 귀한 사물을 기를 수 없고, 천한 사물이 아니면 귀한 사물을 드러나게 할 수 없다.
사이비는 천한 사물이다. 사이비 같은 사람이 천하에 가득한데 성현(聖賢)은 하나이기 때문에 천한 사람들에게 봉양을 받아 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이비 조수(鳥獸)가 산과 연못에 가득하기 때문에 복희씨(伏羲氏)의 그물을 쓸 데가 있고 기린과 봉황이 그 귀함을 과시하는 것이다. 사이비 곡식이 논밭에 가득하기 때문에 농부가 거름 주고 김을 매어 오곡이 귀하게 되는 것이다. 사이비 나무가 많은 까닭에 예장(豫章 좋은 나무)이나 편남(楩楠 교목)이 귀한 동량이 되는 것이다. 사이비 옥(玉)이 많기 때문에 곤륜산(崑崙山)과 남전(藍田)에서 나는 옥이 귀한 호련(瑚璉 제사 그릇)이 되는 것이다. 사이비의 천함이 아니면 귀한 것은 어디에서 귀할 것인가. 예를 들어 춘추 시대에 온 천하 사람이 모두 공자였다면, 노나라 성(城) 북쪽 무덤이 어찌 동쪽 옆집 노인을 묻은 것뿐이 아니겠는가.
세상 사람들이 그림을 좋아하는데 실물과 매우 흡사한 그림을 좋아한다. 초목이나 동물, 곤충을 그렸는데, 실물과 닮았으면 모두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고 향(香)을 넣어 향기를 내고 상자에 담아 보배처럼 소중히 보관한다. 이는 더러워질까 걱정하고 잃어버릴까 걱정하는 것이다. 지금 성현을 본받아 매우 흡사하게 하는 데는 내 몸만한 것이 없다. 이목구비를 닮고, 팔다리와 장부(臟腑, 오장육부)를 닮고,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닮는 것이다. 어찌 분과 먹, 청색 물감이나 빨강색 물감으로 그 형태만 닮게 그릴 뿐이겠는가.
그러나 사람들은 사랑할 줄을 몰라서 향도 쓰지 않아 냄새가 나고 상자에도 담지 않아 더러워졌다. 더러워져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잃어버려도 두려워할 줄 모르니, 어찌 미혹되지 않은가. 더욱이 나의 심성(心性)이 본래 성현과 같기에 나를 극복하고 성실함을 보존하여 그 처음으로 회복하면 내가 곧 성인이고 성인이 곧 나다.
선유(先儒)가 산 꽃과 그린 꽃의 비유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내가 바로 산 꽃이니어찌 또 그림이 무척 흡사하니 어쩌니 하겠는가? 그러므로 옛사람은 자신의 몸을 만금처럼 소중하게 여겼으니, 참으로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지 알았던 것이리라(吾便爲生花。更何言繪之酷肖哉。是以古之人重其身以萬金。眞知所愛哉).
-위백규(魏伯珪, 1727~1798), '사물(事物)'부분, 「존재집(存齋集) 제12권/ 잡저(雜著)/ 격물설(格物說)」 중에서 부분-
▲원글출처: 한국고전번역원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ㆍ한국고전문화연구원 ┃ 김건우(역)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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