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돼지보다 못한 자

공자가 말하였다. “오직 지극히 지혜로운 자와 가장 어리석은 자는 변화시킬 수 없다.”(子曰 唯上知與下愚 不移)


어리석고 몽매하여 꽉 막힌 자는 당초 하늘에서 타고난 기(氣)가 지극히 탁하고 못나서 개나 돼지, 벌레들과 별반 차이가 없고, 오히려 말이나 소의 지각보다도 못한 자가 있다. 이들은 애당초 사람의 도리로써 슬기로운지, 어리석은지 그 부류조차도 논할 수가 없다. 이른바 ‘하우(下愚, 매우 어리석고 못남)’는 폭군인 걸주(桀紂) 및 나태한 부류이다. 


지금 걸주에게 따져 묻기를 “너는 하우이다.”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화를 낼 것이다. 이처럼 하우란 진정 싫어하는 대상이다. 만일 싫어한다면 어찌하여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가? 싫어할 줄만 알고 어리석음을 없앨 방도를 생각하지도 않으니, 참으로 하우이다. 또 어찌할 수 있겠는가? 슬프다.


또한 한 부류의 사람이 있으니, 성현을 배우는 일을 남에게 양보하고 스스로 악행을 저지르며 “그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니,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말하니, 이는 바로 뱀이나 전갈을 보고 기린이나 봉황보다 더 낫다고 여기는 꼴이다. 그 어리석음은 또한 개나 돼지와 같을 뿐이다. 아무리 성인인들 어찌하겠는가?


또한 한 부류의 사람이 있다. 조금 지각이 있지만 매사에 자신을 속이고, 자신의 몸에 직접 재앙을 시험하고는 자득했다고 여기며, 자신이 하늘을 속이고 스스로 기뻐하니, 이는 하우 중에서도 더욱 심한 경우이다. 도리어 개나 돼지가 하늘에서 타고난 본분에 따라 그나마 참된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만도 못하다.


-위백규(魏伯珪, 1727~1798), ' 논어(論語)양화편(陽貨篇)', 존재집(存齋集) 제8권/독서차의(讀書箚義) 부분-


▲원글출처: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ㆍ한국고전문화연구원 ┃ 김건우 (역)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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