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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오직 선한 것을 보배로 삼는다

(상략) 내가 생각하건대, 정금(精金, 순금)ㆍ양옥(良玉, 티없이 완벽한 옥)은 천하에 지극한 보배이나 모두 몸 밖의 물건으로서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니, 없다고 해서 손해될 것 없으나 있으면 해를 가져 오기에 적합하니, 이 어찌 귀중한 것이 되겠는가. 옛 성인들은 임금의 자리를 큰 보배로 삼아 인(仁)으로써 지켰으니, 복희(伏羲)ㆍ신농(神農)ㆍ요(堯)ㆍ순(舜)ㆍ우(禹)ㆍ탕(湯)ㆍ문왕(文王)ㆍ무왕(武王)이 다 그 법이 같았고, 우리 부자(夫子 공자) 같은 이는 그런 덕은 있으나 그 자리를 얻지 못하였고, 보배를 품었으나 시행하지 못하게 되매, 글로 써서 백왕(百王)에게 모범을 보이되 “보배로 여기는 것은 오직 어진(賢)이다.(所寶惟賢)” 하였고, 증자(曾子)는 도를 전하여《대학장구(大學章句)》에..

[고전산문] 졸(拙)이란 것은 남이 버리는 것을 내가 취하는 것

(상략) 졸(拙, 옹졸할 졸)은 교(巧, 공교할 교, 교묘함)의 반대이다. ‘임기응변을 교묘하게 하는 자는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사람의 큰 병통이다.’ 하였으니, 남들이 이욕을 탐내어 나아가기를 구하면 나는 부끄러운 것을 알아서 의리를 지키니 졸(拙)한 것이요, 남을 교묘하게 속이기를 즐기는 데 나는 부끄러움을 알아서 그 참된 것을 지키니 이 또한 졸한 것이다. 졸이란 것은 남이 버리는 것을 내가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아가는 자가 반드시 얻는 것이 아니고 교묘한 자가 반드시 이루는 것이 아니다. 교묘한 자는 정신이 날로 피로하여 한갓 스스로 병이 될 뿐이다. 어찌 나의 참된 것을 버리고 교묘와 허위에 의탁하여 이익을 구할 것인가. 만약 의리에 나아가고 참됨을 지키는 자라면 스스..

[고전산문] 인간세상은 거대한 물결이요, 인심은 거대한 바람이다

손(지나가는 사람)이 주옹(舟翁)에게 묻기를, “그대가 배에서 사는데, 고기를 잡으려니 낚시가 없고, 장사를 하려하니 재화(財貨)가 없고, 진리(津吏) 노릇을 하려해도 중류(中流)에서 머무르고 왕래하지 않는다. 일엽(一葉)의 편주(扁舟)를 헤아리지 못할 물에 띄워 만경(萬頃)의 가없는 곳을 넘다가 바람이 미친 듯이 불고 물결이 놀랜 듯이 밀려와 돛대가 기울고 노가 부러지면, 신혼(神魂)이 날아 흩어지고 몸이 전율에 싸여 생명이 지척 사이에 있게 되니, 지극히 험한 곳을 밟고 지극히 위태한 일을 무릅쓰는 일이로되, 그대는 도리어 이를 즐겨 길이 세상을 멀리하고 돌아오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니 주옹이 말하기를, “아, 손은 생각하지 못하였나. 사람의 마음이란 잡고 놓음이 일정함이 없어서, 평탄한 ..

[고전산문] 산골짜기에 흐르는 시냇물처럼

중 연사(然師)는 신인종(神印宗)의 시(詩)를 잘하는 스님이다. 그의 기상은 화목하고 마음은 담담하여, 공리(功利)와 명예의 마음을 버리고 선적(禪寂)*에 잠심하니, 당대 사대부들 중에 소중히 여기는 이가 많았다. 이제 ‘고간(古澗, 오래된 산골짝기의 물, 계곡의 물)’이라는 현판을 달고 나에게 기문을 청하였다. 나는 생각하기를, 사람의 천성이 선(善)한 것은 물의 본성이 맑은 것과 같은 것이다. 성품이 본래 선한 것이지만 악(惡)이 생기는 것은 욕심이 유혹하기 때문이며, 물의 본성은 본래 맑은 것이지만 흐리게 보이는 것은 오물이 더럽히기 때문이다. 그 악을 버리고 그 선을 보존시키면 인성(人性)은 그 처음대로 회복될 것이며, 그 흐린 것을 없애고 맑음을 나타내면 물의 본성은 그 정상을 되찾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