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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돼지보다 못한 자

공자가 말하였다. “오직 지극히 지혜로운 자와 가장 어리석은 자는 변화시킬 수 없다.”(子曰 唯上知與下愚 不移) 어리석고 몽매하여 꽉 막힌 자는 당초 하늘에서 타고난 기(氣)가 지극히 탁하고 못나서 개나 돼지, 벌레들과 별반 차이가 없고, 오히려 말이나 소의 지각보다도 못한 자가 있다. 이들은 애당초 사람의 도리로써 슬기로운지, 어리석은지 그 부류조차도 논할 수가 없다. 이른바 ‘하우(下愚, 매우 어리석고 못남)’는 폭군인 걸주(桀紂) 및 나태한 부류이다. 지금 걸주에게 따져 묻기를 “너는 하우이다.”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화를 낼 것이다. 이처럼 하우란 진정 싫어하는 대상이다. 만일 싫어한다면 어찌하여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가? 싫어할 줄만 알고 어리석음을 없앨 방도를 생각하지도 않으니, 참으로 하우이다..

참된 사람이어야 참된 사물을 알아본다

만물에는 진짜도 있고 비슷한 것도 있다. 비슷한 것은 가짜이면서 진짜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어지럽힐 뿐만이 아니다. 진짜는 하나이지만 가짜는 백이니, 이를 어찌하겠는가. 사람의 사이비는 오직 순(舜)이 알고, 곡식의 사이비는 기(棄 후직(后稷))가 알며, 풀의 사이비는 신농(神農)이 안다. 그들이 알고서 버리고 취할 것을 판단해 주었기 때문에 망하지 않았고, 천하가 굶주리지 않았으며, 만민이 병들거나 요절하여 죽지 않았다. 그래서 거룩하며 신령스럽다고 말한다. 그러니 참된 사람이어야 참된 사물을 알아본다. 순이 아니면 어떻게 우(禹)를 알아보았겠으며, 후직(后稷)이 아니면 어떻게 벼나 기장을 알아보았겠으며, 염제(炎帝)가 아니면 어떻게 인삼과 백출(白朮)을 알아보았겠는가. 천지가 생긴 지 오래되었는데, ..

군자의 부(富)귀(貴)존(尊)영(榮)

더 이상 구할 것이 없는 것이 부(富)이고, 굽힐 데가 없는 것이 귀(貴)이다. 사람들이 모두 경애하고 추대하는 것이 존(尊)이고, 사람들이 감복하며 명예롭고 빛난다는 것이 영(榮)이니, 이것이 군자의 부ㆍ귀ㆍ존ㆍ영이다. 재물을 쌓아 두고 부(富)라고 여기고, 작위가 높은 것을 귀(貴)라고 여기고, 과시하며 뻐기는 것을 존(尊)으로 여기고, 사치와 방만을 영(榮)이라고 여기니, 이것이 소인의 부ㆍ귀ㆍ존ㆍ영이다. 소인의 부와 존은 더러는 중도에서 망가져서 몸이 죽는 데 이르기도 하지만, 군자의 부와 영은 이와 다르다. 사람의 힘으로 빼앗을 수 없고, 몸이 죽어도 끝내 없어지지 않는다. 크게는 천지(天地)와 함께 항상 존재하고, 작아도 수천 년, 수백 년 이상 간다. 이를 소인의 부ㆍ귀ㆍ존ㆍ영과 비교하면 고..

잉여(剩餘)에 대하여

‘잉여(剩餘)’라는 말은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베와 비단에 잉여가 없다면 옷을 만들 수 없고, 재목에 잉여가 없다면 집을 지을 수 없다. 하물며 솜씨 좋은 아녀자나 기술 좋은 장인이 잉여를 가지고 쓸모 있게 만들어 더욱 자신의 솜씨를 드러내는 경우에 있어서랴. 문장(文章)의 경우를 말한다면 이는 선비들에게 있어 잉여이다. 하지만 문장(文章)이 없으면 또한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옛사람이 이른 바 “쓸모없는 것이 쓸모 있게 되는 것이 위대하도다.”라는 것이 어찌 이치를 통달한 말이 아니겠는가. 잉여옹(剩餘翁)*은 잉여라고 자호(自號)하여 쓸모없음을 자처하였으면서도 오히려 시 짓기를 좋아했으니, 이는 쓸모없는 늙은이가 또 쓸모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인재를 잘 쓰는 신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