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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창(八娼)ㆍ구유(九儒)ㆍ십개(十丐)

선비가 두루 달통한 학자나 온전한 인재가 되기는 참으로 어렵다. 마음에 악이 없고 불선(不善)한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고 재주가 한 방면에 적용할 만한 뛰어난 장점이 있으면, 모두가 성인에게 버려지지 않을 것이다. 공자 문하의 여러 제자 중에서 안연(顔淵)과 증삼(曾參) 외에 완전히 갖춘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육예(六藝,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에 능통했던 72명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지만 3000명이나 되는 제자 중에서 어찌 화락하며 조용히 선을 좋아하고 글을 읽는 사람이 없었겠는가? 그들이 머리에 쓰고 몸에 입은 모자와 옷도 선비들이 입는 큰 옷에 큰 띠였을 것이다. 다만 소자가 말했던 ‘총명(聰明)한 남자’란 '쓸모가 있는 남자(男子之有用者)'..

벗에 대하여

붕우(朋友)는 다른 사람과 의(義)로 결합된 관계이기 때문에, 정해진 명분이 있는 군신(君臣) 관계와는 다르다. 그런데 성인이 붕우를 부자(父子)와 함께 동렬에 놓고 오륜(五倫)으로 삼아 하늘의 질서라고 불렀고 다섯 가지 도리라고 이름 붙였다. 이는 세속의 생각으로 보면 매우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벗은 오상(五常 인ㆍ의ㆍ예ㆍ지ㆍ신)의 신(信)에 속하고, 신은 토(土)에 속한다. 오행(五行 목ㆍ화ㆍ토ㆍ금ㆍ수)은 토가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고, 오상(五常)은 신(信, 믿음, 신뢰)이 아니면 실질이 없다. 그래서 공자는 “벗을 통해 덕(德)에 도움을 받는다.〔友以輔德〕”라고 했고, 자사(子思)는 “어버이에게 순순한 데에는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벗에게 믿음을 얻어야 한다.”라고 했으며, 증자(曾子)는 문..

편벽됨을 치유하는 방법은 서(恕)뿐이다

이른바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일은 그 몸을 닦는 데 달렸다.’라는 말은, 사람들이 친애하는 대상에게 편벽되며, 천하게 여기고 싫어하는 대상에게 편벽되며, 경외하는 대상에게 편벽되며, 불쌍히 여기는 대상에게 편벽되며, 오만하고 태만히 여기는 대상에게 편벽된다. 그러므로 좋아하면서도 그 나쁜 점을 알며, 싫어하면서도 그 아름다운 점을 아는 자는 천하에 드물다.(故好而知其惡 惡而知其美者 天下鮮矣 좋아하면서 그것의 악함을 알고, 싫어하면서 그것의 선함을 아는 자는 세상에 드물다.) ○그러므로 속담에 “사람들은 자기 자식의 나쁜 점은 알지 못하며, 자기 농토의 싹이 큰 줄을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몸을 닦지 않으면 자기 집안을 가지런히 하지 못한다.”라고 한다.(대학8장, 원문생략) 자기 ..

마음을 비운다는 것에 대하여

이른바 ‘몸을 닦음이 그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달려 있다.’는 말은, 마음에 성내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며, 좋아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고, 근심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으며,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 대학 7장 원문 일부생략)의(意 뜻, 생각)는 안에서 발동하니, 선과 불선의 기미가 있을 뿐이다. 마음의 네 가지 병*은 일에서 형성되어 밖으로 드러난다. 순 임금ㆍ문왕ㆍ공자ㆍ맹자 같은 분들은 의가 성실하지 않음이 없으니, 화낼 만하여 화냈고, 두려워할 만하여 두려워했으며, 좋아할 만한 것을 좋아했고, 근심할..

두려워하는게 없는 자는 못하는 짓이 없다

상등(上等)인 사람은 자기 마음을 두려워하고, 그다음에는 하늘을 두려워하고 그다음엔 남을 두려워한다. 최하인 자는 두려워하는 게 없다. 마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차마 그릇된 일을 하지 못하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감히 그릇된 일을 하지 못하며, 남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그릇된 일을 할 수 없다. 두려워하는 게 없는 자는 못하는 짓이 없다. 못하는 짓이 없던 사람 중에 큰 자로는 왕망(王莽)과 양광(楊廣)*이 있고, 작은 자로는 조고(趙高)와 이임보(李林甫)*가 있다. 더 작은 자는 남의 집 담장을 뚫거나 넘어가 도둑질하는 자이고, 더 작은 자는 음식을 탐내는 사람이다. 부끄러움(恥)은 사람에게 중대하다. 군자는 성인과 같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성인은 하늘과 같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한다. 보통 사..

보고 아는 것은 본디 나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청풍명월(淸風明月)은 사람들이 입만 열면 좋다고 하는데, 과연 모두 풍월을 진실로 아는 것일까. 황 태사(黃太史 황정견(黃庭堅))*는 주무숙(周茂叔 주돈이(周敦頤) 주희)에 대해 광풍제월(光風霽月)이라고 표현했는데,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곧장 풍월(風月)이라고 말하지 않고 굳이 양류오동(楊柳梧桐 버드나무와 오동나무)*이라 했으니, 분명 진실로 알고 마음에 터득한 것이 있었으리라. 버드나무와 오동나무는 나무 중에서 덕(德)의 모습이 있는 나무이다. 버드나무가 아니면 바람이 광풍(光風)이 될 수 없고, 오동나무가 아니면 달이 제월(霽月)이 될 수 없다. 광풍제월이 아니면 도(道)가 있는 사람의 가슴속 기상을 표현할 수 없다. 노직(魯直 황정견) 같은 사람이 아니면 광풍제월이라는 말을 통해서 무..

소인배(小人輩)의 모습(陽貨篇 양화편

공자가 말하였다. “얼굴빛은 위엄이 있으면서 마음이 유약한 것을 소인에게 비유하면 벽을 뚫고 담을 넘는 도적과 같을 것이다.”〔子曰 色厲而內荏 譬諸小人 其猶穿窬之盜也與〕 ‘임(荏)’ 자에 대해 유약(柔弱, 부드럽고 연약함)이라고 글자풀이를 하였는데 요사스럽고 교활하다는 뜻이 있다. 글자 모양이 ‘초(艹)’ 자 아래 ‘임(任)’ 자를 붙인 것이다. 초(草)는 유약하다는 뜻이고, 임은 공임(孔任)의 뜻이다. 이는 말과 얼굴빛을 좋게 하며 아첨하고 아양을 떠니 한갓 유(柔)한 일이다. 《주역》에서 음유(陰柔, 겉으로는 유순하지만 속이 검은 것)를 소인으로 설정하였다. 대체로 소인이면서 강단(剛斷)이 없는 자는 매사를 남에게 구하고 스스로 지키지 못한다. 제아무리 사나운 고집으로 스스로 도취해 자랑하더라도 끝내..

자신에게 죄를 지으면 용서를 빌 곳이 없다

옛날에 장주(莊周 장자(莊子))가 그림자가 말을 한다고 하자 사람들이 괴이하다고 했고, 미불(米芾)이 ‘돌 어른〔石丈〕’이라고 부르자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다. 그림자는 말을 하지 않고 돌은 어른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매화와 말하면서 매화를 ‘군(君)’이라고 하니, 나는 과연 괴이하고 미쳤단 말인가. 군자는 괴이하고 미친 짓을 하지 않으니, 나는 과연 군자가 아니란 말인가. 아니면 장주와 미불이 소인이 아니니, 나는 과연 장주와 미불 같은 사람이란 말인가. ‘매군(梅君)’과 더불어 말한 것을 ‘연어(然語)’라고 이름 붙이니, 사람들이 나를 괴이하고 미쳤다고 말하는 것도 당연하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나로 하여금 괴이하고 미치게 하는 자는 또한 누구인가. - 이상은 제사(題辭, 머리글로 ..

사단칠정에 대하여

이(理)와 기(氣)는 비록 하나의 사물이 아니지만, 또한 두 가지 사물도 아니다. 기(氣)라고 말하자마자 이(理)가 있고, 이(理)라고 말하자마자 기(氣)가 있으니, 원래 기에서 분리된 이(理)가 없고 또한 이에서 분리된 기(氣)가 없다. 전(傳)에 이른 바 “기(氣)로 형체를 이루고 이(理) 또한 부여된다.”라는 것은 형체를 이룬 기(氣)가 홀로 행하여 스스로 이루고 이(理)가 금세 그 안에 타고 들어가 마치 소씨(蘇氏)가 '집은 사람의 몸이고 달은 사람의 본성'이라고 한 말과 같은 것이 아니다. 기(氣)가 형체를 이룰 수 있는 까닭은 원래 이(理)와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니, 이(理)가 스스로 이와 같기 때문에 이처럼 스스로 형체를 이루고 성(性) 역시 이와 같다. 이미 성(性)이 있어 감응에 따라 움..

원권(原權 ): 권도에 대하여

권(權)은 저울대에 추를 맞추는 명칭으로, 추이(推移 무게에 따라 눈금이 옮겨 간다.)하는 물건이다. 저울에 아직 물건이 없을 때에는 저울추가 정해진 눈금에 있어 저울대와 수평이 되니 바른 것 중의 바름이다.(이는 태극(太極)의 진(眞)이고 천만 가지에 대한 하나의 이치이며, 조화의 근본이고 인성(人性)의 근본이다.) 저울에 물건을 올릴 적에 물건의 무게가 1근이면 저울추가 1근으로 옮겨 가서 저울대가 1근과 수평을 이루면 바름이 된다. 물건의 무게가 2, 3근이면 저울추가 2, 3근으로 옮겨 가서 저울대가 2, 3근과 수평을 이루면 바름이 된다. 아주 미세하게 조금 옮겨 바르게 되는 경우도 있고, 어느 정도 분량(分量)을 옮겨 바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바르게 되는 이유는 애초 정해진 저울 눈금이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