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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를 쫓아 마땅히 선을 행해야 할 때

어린애들 노래에 “도끼를 휘둘러 허공을 치는 것이 바늘을 가지고 눈동자를 겨누는 것만 같지 못하다.” 하였고, 또 속담에 “정승을 사귀려 말고 네 몸가짐부터 신중히 하라.” 하였으니, 그대는 아무쪼록 명심하시오. 차라리 약하면서도 굳센 편이 낫지 용감하면서도 뒤가 물러서는 아니 되오. 하물며 외세(外勢, 타인의 권세)*란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겠소. 힘으로써 남을 구제하는 것은 ‘협(俠)’이라 이르고, 재물로써 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고(顧)’라 합니다. 고(顧)를 갖추면 명사(名士)가 되거니와, 협(俠)을 갖추어도 이름이 드러나 후세에 전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협과 고를 겸하면 ‘의(義)’라 하나니,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찌 진실로 대장부가 아니겠습니까? 무릇 예(禮)란 제멋대로 행함을 방..

참모습과 거리가 자꾸 멀어지는 까닭

옛날에 원민손(袁愍孫)이 부상시(傅常侍)의 청덕(淸德)을 칭송하면서, “그 문을 지날 때면 고요하여 사람이 없는 듯하다가, 막상 그 휘장을 걷고 보면 그 사람이 거기에 있다.”했는데, 나는 매양 눈 속을 걸어가서 쪽문을 열고 매화를 찾을 때면 문득 부상시의 청덕을 느낀다오.(☞석치에게 보낸 첫번째 편지 之一/ 역자주 참조) “군자의 도는 담박하면서도 싫증 나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빛이 난다.”(君子道淡而不厭簡而文)했는데, 이 말은 바로 매화를 위한 칭송인 것 같소. 소자첨(蘇子瞻)이 도연명(陶淵明)의 시를 논하면서 “질박해 보이면서도 실은 화려하고, 여위어 보이면서도 본래는 기름지다.” 했는데, 이로써 매화에 빗대어 말하면 다시 더 평할 말이 없지요.(☞之二) 옛날에 이 학사(李學士) 어른을 모시고 계당(..

묵자의 소염론 - 신영복

『천자문』에 ‘묵비사염’墨悲絲染이란 글이 있습니다. 묵자가 실이 물드는 것을 보고 탄식했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 구절이 ‘묵비사염’의 원전입니다. 바로 묵자의 소염론입니다.묵자가 실이 물드는 것을 보고 탄식하여 말했다. 파란 물감에 물들이면 파랗게 되고 노란 물감에 물들이면 노랗게 된다. 넣는 물감이 변하면 그 색도 변한다. 다섯 가지 물감을 넣으면 다섯 가지 색깔이 된다. 그러므로 물드는 것은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단 실만 물드는 것이 아니라 나라도 물드는 것이다.“나라도 물드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 묵자가 가장 절실하게 고민했던 문제였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인간의 행동은 욕구로부터 나오며 욕구는 후천적으로 물들여지는 것(所染)이라고 주장합니다. 백지와 같은 마음이 ‘마땅하게 물들여져야’(染當)..

동심설(童心說)-이지(李贄)

동심설(童心說)(龍洞山人)은 그의 서상기(西廂記) 끝 부분에서 말하기를, "뭔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나에게 아직 동심이 남아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대저 동심이란 진실한 마음이다. 만약 동심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는 진실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말이 된다.무릇 동심이란 거짓을 끊어버린 순진함으로,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갖게 되는 본심을 말한다. 동심을 잃게 되면 진심이 없어지게 되고, 진심이 없어지면 진실한 인간성도 잃어버리게 된다. 사람이 진실하지 않으면 최초의 본래의 마음을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것이다.어린아이는 사람의 처음 모습이며, 동심은 마음의 처음 모습이다. 대저 최초의 마음이 어찌하여 없어질 수 있는 것이며, 그리고 동심은 왜 느닷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원래 ..

물고기는 깊은 沼에서만 - 함석헌

물고기는 깊은 沼에서만老子 36장將欲歙之, 必固張之, 將欲弱之, 必固强之, 將欲廢之, 必固興之, 將欲奪之, 必固與之, 是謂微明, 柔勝剛, 弱勝强, 魚不可脫於深淵, 國之利器, 不可以示人. 장욕흡지, 필고장지, 장욕약지, 필고강지, 장욕폐지, 필고흥지, 장욕탈지, 필고여지, 시위미명, 유승강, 약승강, 어불가탈어심연, 국지리기, 불가이시인.모으려 할 때는 반드시 흩으는 법이요, 약하게 만들려 할 때는 반드시 세게 만드는 법이요, 무너뜨리려 할 때는 반드시 일으키는 법이요, 뺏으려 할 때는 반드시 주는 법이니, 이것이 이른바 숨은 밝음이다. 부드러움이 굳음을 이기고, 약한 것이 센 것을 이기나니, 고기가 깊은 소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것이요, 나라의 날 선 그릇을 남에게 보일 수 없는 것 이니라.이것은 노자의..

촉견폐일설(蜀犬吠日說)

촉견폐일설(蜀犬吠日說)세상에 전하기를, '평소에 촉나라의 남쪽은 항상 비가 많이 오는데, 개는 해를 보면 짖는다'고 하였다. 개는 해를 보고 짖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일상과 다름을 보고 짖는 것이다. 이 개는 촉나라에서 태어나고 촉나라에서 자라서 다만 촉나라의 하늘만 보았을 뿐이고, 촉나라 이외의 하늘은 보지 못해서 오직 촉나라의 하늘에는 항상 비가 있다는 것만 알고, 촉나라 밖에 늘 해가 있다는 것은 모른다.그러니 비가 오는 것이 일상적이고 해가 떠 있는 것은 일상적인 것이 아닌 것이다. 일상적인 것이 아니면 곧 이상한 것이니, 이상한 것이면 그것을 짖는 것은 마땅한 것이다. 왜냐하면, 하늘을 우러러보면 비가 오는 것이 일상스러운 것이고, 어두컴컴함이 일상스러운 것이다. 일상스러운 것은 눈에 익숙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