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척하는 것을 경계하고 삼가한다 / 김정희
Posted by 優拙堂
나는 《역(易), 주역》을 읽고서 건(乾) 구삼(九三)의 의(義)*에 깊이 느낌이 있어 나의 거실의 편액을 ‘척암(惕庵, 두려워할 척, 암자 암)’이라 했다. 김진항(金鎭恒)이라는 자가 있어 지나다가 보고 물으며 말하기를, “거룩하옵니다. 척(惕)의 의(義)야말로. 선생은 대인이시니 장차 대인의 덕(德)에 나아가서 업을 닦으시려니와. 진항은 소인이오라 겸(謙)에서 취한 바 있사오니, 그 산은 높고 땅은 낮은데 마침내 굽히어 아래에 그쳤음을 위해서 이옵니다. 그래서 제 실(室, 거실)을 ‘겸겸(謙謙)’이라 이름하였으니 원컨대 선생은 가르침을 내려주소서.” 하였다. 나는 말하기를 “그럴상해도 이는 겸이 아니다. 네가 먼저 하나의 높은 의상(意想, 뜻과 생각)을 일으켜 놓고, 다시 하나의 낮은 형체를 마련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