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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사람을 알되 얼굴은 알지만 마음은 알지 못한다 / 명심보감

스스로 믿는 자는 남도 또한 자기를 믿나니 오(吳)나라와 월(越)나라와 같은 적국 사이라도 형제와 같이 될 수 있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자는 남도 또한 자기를 의심하니 자기 외에는 모두 적국(敵國)이다. 사람을 의심하거든 쓰지 말고, 사람을 쓰거든 의심하지 마라. 《풍간》에 말하였다. “물 바닥의 고기와 하늘가 기러기는 높이 하늘에 뜬 것은 쏘아 잡고, 낮게 물속에 있는 것은 낚아 잡을 수 있거니와, 오직 사람의 마음은 지척간에 있음에도 이 지척간에 있는 마음은 헤아릴 수 없다.” 범을 그리되 껍데기는 그릴 수 있으나 뼈는 그리기 어렵고, 사람을 알되 얼굴은 알지만 마음은 알지 못한다. 얼굴을 맞대고 함께 이야기는 하지만, 마음은 천산(千山)을 격해 있다. 바다는 마르면 마침내 바닥을 볼 수 있으나, 사..

[고전산문] 글을 쓰는 일 / 안씨가훈

심약(沈約)이 말했다. “문장은 마땅히 삼이(三易, 쉬운 것 세가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첫째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易見事), 둘째는 글자를 쉽게 알아볼 수 있어야 하며(易識字), 셋째는 낭독을 쉽게 할 수 있어야(易讀誦) 한다.”(※옮긴이 주: 독통(讀誦)은 그냥 단순한 읽기가 아니라, 소리내어 읽음으로써 외우는 것을 의미한다.) 글을 쓰는 일은 사람이 준마(駿馬)를 타는 것과 같아서, 준마가 비록 빼어난 기상이 있다 해도 재갈과 고삐로 제어해야지, 함부로 날뛰어 발자취를 어지럽히고 멋대로 구덩이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 문장(文章)은 마땅히 이치를 핵심이 되는 심장이나 콩팥으로 삼고, 기운(氣韻, 문채에 담긴 기운과 정취)과 재주를 뼈와 근육으로 삼고, 내용을 이루는 소재를 피부..

[고전산문] 하늘과 땅에 부끄럽지 않은 것이 정직이다 / 위백규

섭공이 공자에게 말하였다. “우리 향당 가운데 몸을 정직하게 행동하는 자가 있으니, 그의 아버지가 양(羊)을 훔치자 아들이 그것을 증명하였습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우리 향당의 정직한 자는 이와 다르다. 아버지가 자식을 위하여 숨겨 주고 자식이 아버지를 위하여 숨겨 주니, 정직함은 이 가운데 있는 것이다. 매사에 단지 의리의 당연함을 따른다면, 정직에 뜻을 두지 않아도 절로 정직해진다. 만일 정직에 뜻을 둔다면, 사의(私意, 자기만의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가 일어나 어디를 가든지 정직할 수 없다. 이 사람이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이름이 났다면, 이는 정직에 뜻을 둔 자이니, 어떻게 아버지가 양을 훔친 것을 증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옮긴이 주: 아버지가 양을 훔친 것을 고발함으로써 자신의 ..

[고전산문] 차라리 스스로 잊는 것이 낫다 / 이익

사람이 친애하는 것을 가깝다고 하고, 가깝다는 것과 반대되는 것을 소원하다고 하는데, 소원함이 심해지면 더러 저버려 절교하고 아예 생각지 않는 데까지 이르기도 한다. 그렇게 된 자는 무릇 좋고 나쁨, 근심과 즐거움이 있어도 아득히 그 기쁨과 슬픔의 감정이 일어나지 않아서 마치 마비된 몸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너무나 잘못된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사귀는 벗인 윤 상사(尹上舍) 모씨가 자신의 당(堂)에 양기(兩棄)라고 편액을 달았는데, 그 뜻은 “세상의 서로 친하고 편드는 이들은 부귀와 영화를 위하는 데 불과하니, 분주히 다니면서 즐거움을 나누고 사사로운 이익이 관련되면 절절하여 버리지 못한다. 이것이 비록 빈틈없이 결속한 듯이 보이지만, 그 마음은 단 하루도 이반(離反, 사이가 벌어져 서로..

[고전산문] 입과 혀 / 명심보감

유회(劉會)가 말하였다.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다.” 한 마디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이 쓸모 없다. 군평(君平)이 말하였다.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의 문(門)이요, 몸을 망치는 도끼이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 같아서, 한 마디 말이 사람을 이롭게 함은 소중한 것이 천금으로 값나가고, 한 마디 말이 사람을 속상하게 함은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과 같다. 입은 바로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바로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가는 곳마다 확고할 것이다. 사람을 만나거든 우선 말을 3할(三割, 1/3)만 하되 자기가 지니고 있는 한 조각 마음을 다 털..

[고전산문] 행사의 시비분별, 반성과 성찰을 통해 마땅히 옳은 것을 따른다 / 이언적

삼가 생각건대 저는 자질이 본래 우둔하고 학문적인 식견도 넓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좁은 견해를 고수하여 여러 차례 어르신에게 편지를 올리면서도 매우 지리멸렬한 줄을 깨닫지 못했으니, 큰 죄를 지은 것입니다. 지금 보내 주신 편지를 받았는데, 매우 자상한 어조로 반복하여 가르쳐 주셨으며, 또 ‘적멸’이라는 두 글자를 없애고 하학인사(下學人事)의 공정(工程)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제가 어르신께 크게 인정을 받은 것이고 지극한 은혜를 입은 것이니, 다시 무슨 말씀을 더 드리겠습니까. 그러나 가르쳐 주신 뜻을 꼼꼼히 검토해 보니, 이단의 잘못된 주장을 모두 버리고 성문(聖門)의 학문으로 들어온 듯하여도 말씀 중에는 사소한 병통이 없지 않으며, ‘물아(物我)에 간격이 없다’라는 주장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허무적..

[고전산문] 잘못된 헤아림을 경계한다 / 최한기

얕은 소견과 좁은 도량, 어리석은 문견과 천박한 식견을 가지고는 사람을 헤아릴 수 없고, 먼저 애증(愛憎)을 마음에 두고 고집을 일삼는 자는 사람을 헤아릴 수 없고, 옛 법에 집착(執着)하고 방술(方術)에 빠진 자는 사람을 헤아릴 수 없고, 자신을 믿어서 능력을 과시하며 말이 요사스럽고 허탄(虛誕)한 자는 사람을 헤아릴 수 없고, 조급한 마음과 혼미(昏迷)한 견해를 가지고는 사람을 헤아릴 수 없고, 일을 행함이 미숙하거나 얼굴을 접함이 오래지 않으면 사람을 헤아릴 수 없다. 분수(分數)가 없고 준적(準的)이 없는 것은 처사(處事, 일을 처리함)의 선악을 측량할 수 없다. 자기 습관에 매여서 인물(人物)에 해를 끼침을 돌아보지 않고 욕심에 끌리어 윤상(倫常, 마땅이 지켜야할 상식으로써의 인간됨의 도리와 윤..

[고전산문] 가르침에 방해가 되는 4가지 단서 / 최한기

가르침에 방해가 되는 단서는 한 가지가 아니다. 크게는 국정(國政)이 문란하여 상벌(賞罰)이 거꾸로 시행되는 것이고, 다음은 풍속이 무너져서 선악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고, 다음은 남을 이기려는 마음으로 시샘을 해서 파벌(派閥)을 지어 서로 헐뜯는 것이고, 다음은 사물에 정신을 빼앗겨 게을러져서 기풍을 진작시키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운화(運化)의 대본(大本)을 알고 행사(行事, 일을 행하고 실천함)와 성실로 가르침을 삼아 이 네 가지의 장해가 없어지게 된다면, 어찌 가르침이 밝아지지 않음을 걱정하겠는가. 천인(天人)의 도리를 수행(修行)하는 사람이라면 비록 이러한 가르침이 없더라도 그 본뜻을 살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데, 하물며 이미 법도(法度)있는 가르침을 받아서 행동이 법도를 따르고 있는 사람이..

[고전산문] 황련(黃連)한 짐을 먹고 나야만 비로소 단 것을 말할 수 있다 / 이덕무

좋은 말도 지리하면 듣는 사람이 오히려 싫어하는데 하물며 나쁜 말을 많이 함에랴? 남을 ‘이놈, 저놈’이니 ‘이물건, 저물건’이니 하고 칭하지 말고 아무리 비천한 자일지라도 화가 난다 해서 ‘도적’이니 ‘개돼지’니 ‘원수’니 하고 칭하지 말며, 또는 ‘죽일 놈’이니 ‘왜 죽지 않는가’느니 하고 꾸짖지도 말라. 한 가지 일이 뜻처럼 되지 않는다 해서 성을 왈칵 내어 나는 죽어야 한다느니, 저 사람을 죽여야 한다느니, 이놈의 천지 무너져야 한다느니, 이놈의 국가 패망하라느니, 떠돌아 다니며 빌어먹는다느니 하는 따위의 막말을 해서는 안 된다. 경박스러운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려 하거든 빨리 흉중을 짓눌러서 입 밖에 튀어 나오지 말게 하라. 남에게 모욕을 받고 피해가 따르게 될 터이니 어찌 두렵지 않은가? 남의 ..

[고전산문] 사람들의 병폐 두 가지 / 이덕무

재주 있고 경박한 사람은 기교(機巧)를 부림이 간사하고 천박하며, 어리석고 둔한 사람은 기교를 부림이 간휼하고 노골적이기 때문에, 군자들의 안목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 중에 혹 간사하면서도 음침하거나 간휼하면서도 비밀스러우면, 이런 사람은 못할 짓이 없는 것이다. 아아, 고금에 기교 부리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는지. 옛사람들은 자기의 재질을 부릴 줄 알았으나 후세 사람들은 오직 자기 재주의 부림을 받는다. 자기 재질을 부리는 사람은 마땅히 쓸 데다 써먹고 또한 그만두어야 할 적엔 그만두지만, 재주의 부림을 받게 되면 한없이 날리어 하지 못할 것이 없으니 두려운 일이다. 사람들의 병폐는 부박(浮薄, 천박하고 경솔함)하지 않으면 반드시 융통성이 없는 법인데, 두고 보건대, 이 두 가지를 면한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