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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심(恒心): 한결같음에 대하여

“사람이 항심(恒心)이 없으면 무당이나 의원도 될 수 없다.” 이 말은 중국 남방(南方) 사람의 말이다. 공자가 이 말을 읊조리고 나서 “좋구나!” 하였으니, 항심(恒心)은 이처럼 사람에게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되는 마음이다. 이 ‘恒(항)’ 자를 옛날에는 ‘恆’으로 썼으니, 한 척의 배가 머리와 꼬리를 모두 기슭에 기대고 있는 모습을 형상한 글자이다. 이는 어떤 사물이 철두철미함을 뜻하니, 어찌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비록 그렇기는 하나 ‘한결같음’에는 한결같음을 늘 유지하는 한결같음과 변화를 늘 유지하는 한결같음이 있다. 한결같음을 늘 유지하는 한결같음은 알기 쉽다. 그러나 변화를 늘 유지하는 한결같음은 행하기 어렵다. 항심(恒心)을 가진 사람은 한결같은 일을 만났을 때, 한결같아야 하는 일은 늘 한..

겉과 속이 다른 것에 대하여

몸가짐과 일처리는 세인(世人)들의 말만 보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알 수 있다. 사람들 중에 우졸(愚拙)함을 지키는 이가 드문데, 모두들 제 스스로는 ☞우직(愚直)하다고 여기면서 혹 교묘하다는 지목을 받을까 두려워한다. (옮긴이 주: 원문은 人鮮能守拙。而皆自以爲拙。惟恐或歸於巧, 의역하면, "사람들 중에 꾸밈이 없는 수수한 소박함을 오롯이 지키는 이가 드물다. 모두들 제 스스로는 꾸밈없고 단순 소박하다고 여기면서도, 행여 남들로부터 알쏭달쏭한 사람, 약삭빠른 교활한 사람이라 평가받을까 두려워 한다.") 참으로 검소한 이가 드문데, 모두들 제 스스로는 검소하다고 여기면서 혹 사치스럽다는 지목을 받을까 두려워한다. 참으로 청렴한 이가 드문데, 모두들 제 스스로는 청렴하다고 여기면서 혹 탐욕스럽다는..

마땅히 두려워하고 버려야 할 것

덕(德)은 모든 사람에게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니, 덕이 없다 하여 버려서는 안 될 것이요, 단지 소박하고 근후하기만 하면 괜찮을 것이다. 재주는 모든 사람에게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니, 재주가 없다 하여 버려서는 안 될 것이요, 단지 부지런하고 노력하기만 하면 괜찮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여기에 있다 하자. 그의 글로 말하면 ‘어(魚)’와 ‘노(魯)’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않아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글을 남의 손을 빌리지는 않고, 그의 지혜로 말하면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않아서 모든 하는 일이 남의 비웃음을 사지는 않으며, 집안을 다스리는 것은 그런대로 어버이를 섬기고 처자식을 부양하며, 남을 대해서는 겨우나마 응대하는 데 잘못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이 사람이 이른바 ..

위엄과 권위(威儀)는 밖으로 드러난 그림자일 뿐

문(問): '덕성을 내면에 함양하면 이것이 밖으로 드러나 위의(威儀)가 된다. 그러므로 위의는 그 사람의 어짊과 어리석음, 길함과 흉함의 부절(符, 증표)이다.' 답(對): 위의(威儀)는 그것을 통해 사람을 관찰할 수 있지만, 사람을 관찰할 때에 위의만 가지고 해서는 안 됩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위의(威儀): 태도에 무게가 있고 드러난 행동거지가 예법과 격식을 갖추어 외경할 만한 몸가짐) 말을 잘하는 것으로 사람을 취한다면 재아(宰我)*와 같은 사람을 등용하는 실수가 있을 수 있고, 겉모습을 가지고 사람을 취한다면 자우(子羽)와 같은 인물을 몰라보는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언변과 외모를 보고 판단해도 실수를 하는 법인데, 더군다나 위의에 대해서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군자..

자찬(自贊): 나를 돌아보니

생김새는 얄밉게 생겨 볼품이 없고, 말 마저 재미가 없어 찾아주는 이 조차 없구나.바깥출입일랑 아예 하지도 않고, 거짓으로 겉을 꾸미는 가식일랑 애당초 배울 생각조차 안했으니 알아주는 이 마저 없구나 그저 하는 일 없이 마냥 먹고 입으려니 춥고 배고프기만 한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겉과 속이 다른 덕(德)의 도적은 겨우 면한 일일세, 그것도 일찌기 성인의 가르침을 쫒아 애써 노력치 않았다면 꿈도 못꾸었을 일.바라건대 부디 처음 받은 본성(本性) 잃지 않길 바랄 뿐이네. -윤기(尹愭 1741~1826). '자찬(自贊)' , 『무명자집 문고 제6책/문(文)』 ※참조: 원 제목은 '자찬(自贊, 스스로를 표현하다)'으로, 옛 문장의 한 형태인 부(賦)다. 원문은 모두 4단락의 운문(韻文)으로 구성되어 있다. 옛..

후회

가만히 평생을 점검하다 부질없이 탄식만 나오네 / 默檢平生謾自噫말마다 일마다 후회한들 어이하랴 / 言言事事悔何追운명 거슬러 억지로 고독함을 위로하려 하였고 / 違天強欲慰窮獨삶의 행로 험난함을 예방하길 전혀 망각했어라 / 行路全忘防險巇옛날의 내가 오늘의 나와 다르지 않건만 / 昔我不曾今我異무심함을 오히려 유심하다 의심하네 / 無心還作有心疑밝게 경계하여 임리(臨履)를 보존해야 마땅하니 / 秪應炯戒存臨履지는 해가 서산에 다다랐다고 방심하지는 마시게나 / 莫以殘暉迫崦嵫 -윤기(尹愭 1741~1826). '후회(志悔)' , 『무명자집 시고 제4책/시(詩)』(이규필 역, 2014) [역자 주] 1.후회 : 63세에 지은 작품이다. 평성 지(支) 운을 압운한 측기식 칠언율시이다.2.임리(臨履) : 항상 두려워하는 자..

가소로우면서 경계가 될 만한 일

명예를 탐하고 자신을 자랑하는 것은 사람의 상정(常情, 보편적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정)에 면할 수 없는 것이나, 또한 가소로우면서 경계가 될 만한 일이 있다. 문장에는 본래 고하(高下)와 우열(優劣)이 있어서 알 만한 자가 알아보는 것이니, 과장한다 하여 더 좋아지지 않고 겸손하다 하여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지금 세상은 그렇지 않아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종이 값이 갑자기 높아지고, 깊이 상자 속에 넣어 두면 변변찮은 사람으로 불리게 된다. 그리하여 문장으로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자 하는 자는 집에 있을 때 나그네가 찾아오면 반드시 꺼내어 큰 소리로 읽으며 득의양양하고, 이르는 곳마다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읊조려 여러 편을 외워 마지않으니, 듣다 보면 진준(陳遵)이 좌중을 진동시키고*, 전하다 보면 ..

제 몸을 홀로 잘 지킬 뿐

어떤 객이 나를 찾아와 물었다. “오늘날 인심과 세도는 여지없이 무너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백성이 바로 삼대(三代)의 백성인데 어찌하여 이렇게 되었단 말입니까?” “교화가 밝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 항성(恒性)을 따르지 않고, 사단과 칠정이 다 무너져 오직 사욕만을 따르다가 점점 캄캄한 방이 되고 만 것이니 괴이할 것이 없소이다.” “공자께서 다시 일어나신다면 만회할 방도가 있겠습니까?”“공자께서는 지위를 얻지 못하셨으니, 어찌 만회할 수 있겠소.”“지위를 얻으면 어떻겠습니까?” “손바닥 뒤집듯 쉬웠을 것이오. 마음에 편당(偏黨)이 없으면 천하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편당이 없을 것이고, 마음에 기교(機巧, 이것저것 재주와 지혜를 짜냄)가 없으면 천하의 마음도 모두 기교가 없을 것이오. 대공지정(大公..